고양이 요람 - 커트 보니것 / 김송현정 역 ▪ Books


친구에게 선물로 받아 읽은 책입니다. 처음 듣는 제목인데 SF계의 고전이라고 하네요. 책날개를 뒤적이니 저자가 [제5도살장]의 작가. 아하!

주인공은 르포 작가로, 원자폭탄의 아버지 필릭스 호니커 박사에 대해 취재를 합니다. 그의 가족, 그가 근무했던 연구소 등을 조사하던 중 '아이스9'이라는 물질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됩니다. 아하! 기타리스트 Joe Satriani의 출세작 [Surfing with the Alien]의 수록곡 중에 'Ice9'이라는 곡이 있었는데 바로 이거였군요. 마치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의 숫자 '41'같은, SF에서 매우 상징적인 단어-숫자가 아닐까 싶습니다.

아이스9은 호니커 박사가 죽기 직전에 발명해 낸 얼음의 새로운 입자구조로 상온에서 물을 얼려버리는 구조-물질입니다. 설정상 이 물질이 눌과 접촉을 하면 지구상의 연결된 모든 물들이 얼어버리고 물에 의존하는 지구상의 모든 생물들이 멸종되는, 핵폭탐보다 더 무서운 종말 물질인 것이죠.

스토리는 호니커 박사와 아이스9을 추적해가는 이야기입니다만, 미스테리물도 아니고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도 아닙니다. 그냥저냥 물 흘러가듯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수준에서 결말을 향해 흘러갑니다. 저자가 독자들에게 들려주고싶은 이야기는 아이스9이 대표하는 무책임한 과학, 보코논교가 상징하는 무의미하고 무책임한 종교, 이 모든 것이 집결한 산 로렌조라는 가상의 국가가 보여주는 국가 권력의 무책임함 등등입니다. 사람들이 흔히들 의존하고 믿는 이 거대한 존재들의 무책임으로 결국 지구는 상상할 수도 없는 멍청한 방식으로 꽁꽁 얼어버리고 마는 것이죠.

재미난 것은 아이스9에 대한 발상은 실제 노벨상 수상자인 화학자 어빙 랭뮤어가 떠올려 HG웰스에게 소설로 써보라고 한 것인데 웰스가 심드렁해했고 이 두 거장의 사후에 커트 보니것이 주워담은 것이라고 하네요.

고전 SF들은 요즘 읽기엔 조금 SF스럽지 않게 다가옵니다만, 기발한 발상이라든지 시대를 비꼬고 풍자하는 면에 있어서는 몇 수 앞이 아닌가 싶습니다.






덧글

  • CelloFan 2017/11/08 15:58 # 답글

    근데 왜 제목이 고양이요람이에요?
  • bonjo 2017/11/08 19:30 #

    중간에 실뜨기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미국식 실뜨기에는 고양이 요람이라는 모양이 있나봐.
    '상상해야만 의미가 있는' 존재라는 뜻으로 쓰이는데 전체적인 맥락과는 뭔 관계인지 잘 모르겠고 별 관계도 없어보임 ㅋㅋㅋ 소설 자체가 블랙 코미디 풍자 형식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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