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울 다시 읽기 - 카렌 암스트롱 / 정호영 역 ▪ Books


제목을 보고 카렌 암스트롱이 바울 서신서들을 재해석 하는 뭐 그런 것인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런 내용은 아니고 바울이라는 인물을 다시 조명해 정확히 파악해보자는 내용입니다. 원제는 그냥 [St. Paul : The Apostle We Love to Hate]입니다. 뭐 다시, 읽기 그런거 없습니다.

책은 시간순서대로 바울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는데 성경에 기록된 이야기들과 당시의 각종 자료들을 엮어 가장 타당한 스토리들을 들려줍니다. 바울 서신으로 알려진 성경의 책들 중 바울의 이름을 빌려 쓴 것으로 보여지는 책들은 배제하여 바울이라는 인물과 그의 사상을 좀 더 정확히 읽어내기 위해 노력합니다.

카렌 암스트롱은 바울 서신들은 모두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그는 바울이 예수가 곧 다시 재림할 것으로 믿고 있었으며 그 믿음에 근거해 사역을 하고 공동체들을 보살폈다는 것을 분명히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성차별 적인 지침이라든지 노예제도 옹호같은 바울 사상의 본질과 충돌하는 이해하기 힘든 가르침들이 가능했다는 것이지요.

그런 지침들과는 약간 궤를 달리하는 좀 더 총론적인 교회론이나 종말을 좀 더 멀리 보는 세계관의 서신서들은 바울이 저자가 아니라 바울의 사후 그의 추종자들이 쓴 것이라는 해석입니다. 그리고 바울이 교회를 세우기 위해 애쓰던 몇가지 사업은 결국 실패로 돌아가 조금 비관적으로 말하자면 완전히 실패한 지도자라고 이야기합니다.

바울의 말년과 죽음에 관해서는 초대교회에서 구전되는 몇가지 설들을 제외하고는 정확한 자료가 없다는 것이 카렌 암스트롱의 이야기인데, 권력이 그닥 주목하지 않는 종교 운동의 보잘것 없는 지도자였던 바울이 역사의 어느 한 구석에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죽음에 이르렀다는 것은 당시로서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는 것이죠.

그러나 그의 사후에 기독교는 세계 종교로 자리잡아 2000년간 성장해온 것을 보면, 그닥 주목받지 못하고 죽은 예수와 그의 사상을 교회로 세워냈다는 평가를 받는 바울의 실패를 과연 실패로 볼 수 있는 것일까, 어쩌면 '죽지만 산다'는 중심 사상을 그대로 반영한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카렌 암스트롱의 책은 늘 역설적입니다. 아니다 라고 이야기하는 문장의 뜻이 맞다이기도 하고 실패했다고 선언하지만 그 안에 여전히 살아있는 본질에 대한 통찰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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