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복 - 켄트 하루프 / 한기찬 역 ▪ Books


어느 시골마을의 철물점 사장인 대드 루이스가 시한부 선고를 받으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평범한 삶을 살아온 노인에게 찾아온 죽음의 선고는 특별할 것 없는 사람의 특별하지 않은 죽음입니다.

죽어가는 노인, 그의 부인, 딸, 그리고 연락이 끊긴 아들, 옆집 노부인과 손녀, 서로 의지하며 사는 존스 모녀, 그리고 마을의 목사 가족의 이야기들이 씨줄과 날줄처럼 엮여 들어갑니다. 엮인다고 해도 그 이야기들도 하나같이 특별할 것 없습니다. 그저 서로 부대끼고 의지하고 돌보며 주인공의 죽음 주변을 돌며 살아갑니다.

좀 특별한 갈등을 품은 등장인물들이라면 목사 가족인데, 어쩌면 가장 안정적이어야만 할 것 같은 목사 가정이, 그것도 특별한 잘못이 아니라 목사로서의 의무에 -사람들의 기대보다 지나치게-충실함으로서 갈등 속으로 내몰린다는 것이, 매우 특별해 보입니다. 이 부분은 작가의 이력 때문일 수 도 있겠는데, 작가 소개에 '목사의 아들'이라는 것이 기록된 것으로 볼 때 다른 작품에서도 이 '목사의 아들'이라는 작가적 관심이 투영되어 나오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무튼, 단촐한 등장인물들의 드라마틱한 전개도 전무한 이야기는 주인공의 죽음까지 주욱 이어집니다. 중간중간 등장인물들의 과거 특별한 순간, 혹은 그 인물의 이해를 도울만한 이야기들이 삽입되는데, 그것들도 매우 특별하다기보다는 보통 사람들의 특별한 순간 정도랄까요.

아무래도 죽음을 다루기 때문에 그 먹먹함은 필립 로스의 [에브리맨]이 생각나기도 하고, 김훈의 [강산무진]이 생각나면서도 막연한 허무함 보다는 죽음 뒤에 뭔가 희망을 손에 쥐어주는 것 같은 묘한 여운이 있습니다. 죽음을 소재로 하면서도 제목은 [축복]인 이유도 그것 때문이겠죠.







덧글

  • CelloFan 2017/06/23 11:15 # 답글

    형 글제목의 작가 이름이 이상해요. 컨트가... 속어로... 아 말못하겠다. ㅋㅋ
  • bonjo 2017/06/23 14:45 #

    헉 오타가 나도 하필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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