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의 아이히만 - 한나 아렌트 / 김선욱 역 ▪ Books


워낙 이야기도 많이 듣고 이 책 저 책에서 인용된 것도 많이 봐서 제목은 물론 한나 아렌트, 악의 평범성 등등이 너무나 친숙합니다. 마치 책을 다 읽어본 것 같은 착각에 빠질 정도랄까요. 그러나 실제로 책을 본 순간 그게 큰 착각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악의 평범성'이 인용된 책들은 모두 현대 문명/시스템의 악함에 대한 경고와 경계를 이야기하는 철학적이고 관념적인 책들이어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도 그런 종류의 글일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죠. 그러나 전혀 반대로, 법정에서 오고가는 증언들, 각종 기록들을 자세히 정리해 놓은, 아주 건조한 책이었습니다. 예상을 벗어난 독서는 무척 힘들기 마련인데 이번에는 원문의 건조함, 매끄럽지 않은 번역 등까지 겹쳐 특히나 힘들었습니다.

법정이 열리는 장면을 시작으로 아이히만의 개인사, 그리고 아이히만이 관련된 유태인들의 수난사가 시대순으로 자세히 묘사됩니다. 분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 부분은 역사서로 보는 편이 읽기 쉬울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제가 기대했던 아이히만에 관한 철학적 이야기는 에필로그와 후기에 정리되고 있습니다.

인상적인 부분은 아이히만에 관한 이야기들보다는 유럽 각국에서 유태인들이 어떤 처분을 받았는지 나열된 챕터들이었습니다. 어디나 악당과 선인이 있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서로 국경을 접한 나라들 간에 태도가 이렇게까지 다를 수가 있을까 의아할 정도입니다. 독일 본국보다 더 잔인했던 나라가 있는가 하면 독일에 당당히 맞서 유태인들을 지켜낸 나라들 까지 말이죠.

뭔가 질질 끌던 숙제를 가볍게 해치우려다가 된통 당한(?) 느낌의 독서였네요.






덧글

  • CelloFan 2017/06/17 16:06 # 답글

    저도 예전에 숙제처럼 읽었던 책인데... 다시 읽게 되면 더 깊게 읽게 될것 같기도 해요.
  • bonjo 2017/06/17 21:53 #

    다 읽고 한번 쭈욱 넘겨보니 조금 낫긴 하더라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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