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5년 메이저 데뷔 이후 2010년까지 수많은 싱글과 다섯 장의 앨범 모두 상업적으로도 엄청난 성공을 거둘 뿐 아니라 싱어송라이터로서도 한참 인정을 받던 YUI는 2012년 갑자기 은퇴 선언을 합니다. 고작 25살의 나이로 말이죠.
잠시 메스컴에서 사라진 후 2013년 Flower Flower라는 밴드로 돌아옵니다. 잘 만들어진 뮤비도 대대적인 홍보도 없이 클럽 공연으로 착실하게 무명 밴드의 길로 접어듭니다. 물론 YUI의 이름값이 어디 가겠습니까마는, 일단 상업적 성공만을 지향하지 않겠다는 본인의 의지만은 확실히 느껴지는 행보였죠.
오리콘 챠트에서도 솔로시절보다는 한참 힘이 빠진 반응이 보였고요. 그도 그럴 것이 솔로 시절 초기에는 풋풋한 소녀 감성 가득한 음악, 뒤로 갈수록 -돈 맛을 아는- 스타 프로듀서들의 입김이 잔뜩 가미된 세련된 음악들을 들려주었는데 Flower Flower의 음악은 거칠고 투박하기 짝이 없습니다.
악기들의 개성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완전한 밴드음악입니다. YUI의 보컬은 솔로시절 보여주었던 잘 정돈된 음색이 아니라 불안하게 이리저리 튀고 부딛힙니다. 솔로 초기 음악들이라든지 중기 쯤 약간 거친 밴드 풍 음악들 중에 비슷한 느낌들이 있습니다만, 그보다 더 야성적이랄까요.
솔로 후기 때 일본 잡지에 실린 유이에 관한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유이 본인의 인터뷰가 아닌 프로듀서의 인터뷰였습니다. 일단 프로듀서 인터뷰란 것이 음악의 주도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보여주는 듯 했고 인터뷰 내용중에도 유이와 프로듀서의 의견 충돌이 일어나 결국 프로듀서가 이겼다는 식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솔직히 이야기를 하자면 듣는 입장에서도 초기와는 많이 달라진 분위기가 느껴졌어요. 억지로 성인 여자로 만들어가는 느낌? 그래서 은퇴 성언도 이해가 갔고, 짧게 자르고 흰 색으로 염색해버린 머리도 이해가 됐습니다. 그리고 새 음악도요.
밴드 데뷔 후 공황장애에 시달리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하는 것을 보니, 뭔가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쉽지 않은 인기인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구나 싶습니다. 솔로시절보다는 확실히 접하기가 어려워졌습니다만, 이제 자기가 하고싶은 음악을 하고, 결혼도 하고 아기도 낳고 잘 살고 있다니, 오랜 팬으로서 반가운 마음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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