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천재의 은밀한 취미 - 레오나르도 다 빈치 / 김현철 역 ▪ Books


원작 [Codex Romanoff]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당시의 요리 레시피들을 정리하고 거기에 나름의 코멘트를 달거나, 요리 관련한 이런저런 발상들이나 견해를 메모한 것을 모아놓은 책입니다. 이 책은 그 내용들 전에 아마도 편집자가 정리한 것으로 보이는, 요리사로서의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일생에 관한 길지 않은 기록이 있습니다. 이 부분은 정말 요절복통합니다.

이 책에 실린 내용대로라면, 그는 거의 평생을 화가나 발명가로 산 것이 아니라 요리사로 살며 마지못해 그림도 그리고 요리 연구의 부산물로 이런 저런 발명이 이루어진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최후의 만찬도 주방에서 말썽만 피우는 레오나르도를 후견인이 수도원으로 강제로 그림 출장을 보내 2년동안 수도원에서 요리 놀이(?)를 하다가 수도원측의 항의에 못이겨 후다닥 그려진 것이고, 적군의 발목을 잘라버리는 무시무시한 전차의 설계가 원래는 겨자 추수기계였다는 식입니다. 그 외에도 넵킨, 삼지창 포크, 마늘 으깨는 기계, 후추 가는 기구, 스파게티, 샌드위치 등도 그의 발명품이라는 놀라운 사실.

수년전에 이 책에 관해 알게 되었을 때엔 이미 절판상태였습니다. 중고 서적을 구해볼까 생각도 했습니다만, 당시는 온라인 중고서적 시장이 활성화되기 전이었죠. 도서 정가제가 시작된 후 중고서적 시장이 활성화되고 창고게 처박혀있던 새책으로 의심되는 책들이 중고의 옷을 입고 온라인 상으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책의 존재를 알았을 때부터, 이게 과연 진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책이 맞을까 하는 의심도 품었었습니다. 사실이라면 기록이 꽤나 많이 남아있는 화가이고 과학자인 그가 요리를 즐겼다는 것이 왜 알려지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죠. 그 의문은 책을 구해 읽기 시작하면서 더 커졌고 읽어가면 갈수록 이거 Fake 아닐까 하는 의심이 더욱 강해졌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문체라든지 내용들이 움베르토 에코가 애용하는 가짜 고서 형식과 비슷하고, 유머 코드까지 에코 할배의 글들과 똑같습니다.

이런 의구심들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 실린 내용들이 모두 사실이라네요. 이 책 [Codex Romanoff]가 워낙 근래에 발견되었고(1981년)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저작이 맞다고 인증된 것이 1982년이라고 하니 화가/과학자로서의 명성에 비해 널리 알려지지 않은 것도 당연하겠지요.



덧글

  • CelloFan 2017/03/23 17:04 # 답글

    오.... 놀랍네요!!!!
  • bonjo 2017/03/23 22:53 #

    레오나르도 다 빈치에 대한 환상이 산산조각나버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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