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의 시대 - 카렌 암스트롱 / 정영목 역 ▪ Books


[신을 위한 변론]이라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종교사 강의를 접하고 카렌 암스트롱이라는 이름이 깊이 자리잡았었는데, 이제야 두번째 책을 잡아봅니다.

축의 시대라는 개념은 카렌 암스트롱이 만들어낸 것은 아니고 카를 야스퍼스가 처음 언급한 것이라고 하네요. 기원전 700년부터 기원전 200년 사이에 인류에게 지속적으로 영향을 끼칠 정신적 토대가 마련된 시기를 말한다고 합니다.

카렌 암스트롱은 이 시기의 세계를 네 지역으로 나누어 종교와 사상이 어떻게 발전 정착되왔는지 특유의 꼼꼼하면서도 부드러운 방식으로 강의해 갑니다. 그리스, 이스라엘, 중국, 인도. 이 네 지역은 서로 다른 환경과 신화를 품고 사상과 종교성을 발전시켜 나가는데 카렌 암스트롱은 이것을 약 100년여씩 끊어 네 지역을 순차적으로 둘러봅니다.

서술 방식은 선택과 집중이라 할 수 있는데, 역사적으로 중요한 부분도 한문장 정도로 요약하며 지나가는 반면 사상/영적으로 중요한 장면은 몇페이지에 걸쳐 정밀하게 설명을 하는 식입니다.

700페이지에 달하는 내용들은 어찌보면 조금 지루하다 싶기도 한데, 사건이 적어서 그렇다기 보다는 너무 방대한 시대가 요약적으로 묘사되기 때문입니다. 마치 톨킨의 실마릴리온을 읽는 느낌이었습니다.

이 긴 종교/사상의 역사를 훑어보는 이유는 마지막 열 페이지 남짓 되는 분량에 매우 축약적으로 그려지는데, 이 부분의 임팩트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합니다. 결국 축의 시대를 관통하고 이후의 인류에게 던져진 과제는 "내가 바라는대로 남에게 해주어라"라는, 황금률로 축약되며 우리가 살고있는 지극히 폭력적이고 비인도적인 현시대에도 요구되는 유일한 덕목이라는 것이죠.

카렌 암스트롱의 책을 두 권 접하며 드는 생각은, 종교라고 하는 지극히 주관적인 영역을 오싹할 정도로 객관적으로 해부해 펼쳐놓으면서도 결론적으로는 그곳에 인류의 답이 있다고 자연스럽게 봉합해 낸다는 것입니다. 너무 친절하기 때문에 지루할 수 있지만 차근차근 따라 읽다 보면 말미에 던져지는 깊은 여운은 어떤 인문학 서적보다 강렬합니다.










덧글

  • CelloFan 2017/02/12 23:24 # 답글

    크... 읽어야 할 책 하나 더 추가네요 ^^
  • bonjo 2017/02/13 12:55 #

    개인적으로는 [신을 위한 변론]이 좀 더 재미있었음.
    어쩌면 내가 그리스와 인도 신화에 문외한이라 그쪽 이야기를 지루하게 읽었을 수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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