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 무렵 - 황석영 ▪ Books


최근에 출판사 문학동네의 책을 두 권 읽게 되었는데, 책들마다 끼워져 있던 신간 광고 찌라시에 이 책에 대한 소개가 있었습니다. 내용에서 인용된 "좀 사랑해주지 그랬어"라는 맥락 없는 한 문장에 마음이 확 끌렸습니다.

책을 구입해 읽기 시작하면서 저 대사는 어디에 나오는 것인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사회적 경제적 기반이 단단한 노년의 남자 주인공과,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기반이 전혀 없는, 20대의 여자 주인공의 삶이 담담히 번갈아 묘사되는데 둘은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거기에 40년 전의 남자의 어린~젊은 시절이 교차 묘사됩니다. 거기에 등장하는 또 다른 젊은 여자. 이 세 개의 선이 평행선을 그리다가 교차되면서 각각의 개인사와 각각의 시대적 아픔들이 씨줄 날줄로 뒤엉키며 뭐라 표현 못할 먹먹함을 선사합니다.

소개글을 보면서는 가볍게 읽을만한 이야기라 생각했는데, 개발독재시절부터 이어져 내려온 양극화와 그 시대를 고스란히 살아내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절절히 묘사됩니다.

어려웠던 시절의 이야기들을 읽으면서는 요전에 읽었던 [사당동 더하기 25]도 많이 생각났습니다. 별일도 아닌 듯 담담하지만 생각해보면 끔찍하기까지 한, 빠져나갈 구멍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현실 묘사를 보면서는 테리 이글턴의 [낙관하지 않는 희망]에서 묘사되었던, 완전한 절망상태란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두 사람, 혹은 세 사람의 삶을 담담히 묘사하여 40년의 현대사를 보여준다는 것. 정말 대단한 필력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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