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인적으로 [눈먼 자들의 도시]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노벨문학상 작가 주제 사라마구의 신작(?)이 나왔다길래 얼른 사보았습니다. 2010년에 돌아가셨으니 새로 쓴 작품일리는 만무하고 국내에 새로 출판된 작품이 맞습니다. 원작 출판은 2009년입니다.
제목이자 주인공의 이름인 '카인'은 성경에 나오는 그 카인이 맞습니다. 아담과 하와의 장자이고, 동생 아벨을 살해한 인물이죠. 이 지점까지는 성경의 이야기와 비슷하게 흘러가다가 타임슬립을 반복하여 구약성서 창세기의 주요 장면들을 관찰하기도 하고 직접적으로 개입하기도 합니다.
말하자면 저자인 주제 사라마구가 성경을 읽으며 이건 좀 논리적이지 않다든지, 사랑이 많고 전지전능하다는 신이 이부분은 왜 이따위로 처리했을까 라든지, 신을 보면 이 이야기는 꼭 한번 따져보고 싶다 라든지 하는 이야기들을 소설이라는 형식과 카인이라는 3자를 내세워 던지고 있는 책입니다.
뭔가 모자란듯하고 불만 많은 노동자 느낌의 천사들의 묘사가 재미있기도 하고, 뭔가 꽉 막힌 심술장이 노인네 느낌의 신이 우스꽝스럽기도 합니다만, 각 지점들에서 던지는 저자의 의문부호들은 교회 안팎에서 조금만 진지하게 성경을 보는-혹은 이야기를 접해본 사람들이라면 흔히 던져보는 질문 혹은 불평들이라 참신하지는 않습니다. 반대입장의 근본주의자의 자세라 껍데기 깨기의 수준에 머무른달까요. 주제 사라마구 정도라면 좀 더 깊은 주제로 시비를 걸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과 실망감이 듭니다.
전반적으로 풍자적이고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종교적 색채를 담은 분위기는 움베르토 에코의 풍자극인 [바우 돌리노]의 신랄함이 연상되기도 하지만, 또 에코의 깊이 조절이 잘 된 종교에 대한 진지한 질문이 아쉬움과 함께 떠오르기도 합니다.
덧글
CelloFan 2016/01/29 00:32 # 답글
bonjo 2016/01/29 11: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