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기의 역사 - 미셸 푸코 / 이규현 역 ▪ Books


여기저기에서 근사한(?) 인용구로 접하면서 하던 미셸 푸코의 이름이 기억에 남았고, 언제 책을 한번 읽아봐야겠다는 생각을 막연히 갖고 있었는데, 뭔 바람이 불었던 것인지, 아니면 온라인 서점에서 우연히 눈에 띈 것인지 기억조차 가물거리는 희미한 기회로 이 책을 집어들게 되었습니다.

뭔가 흥미진진해 보이는 제목에 비해 무척 어렵게 읽어가고 있던 차에, 학부에서 철학을 전공한 친구가 "어 니가 이걸 왜 읽냐. 이거 우리 교재였는데"라고 하는 소리에, 아 이게 그냥 심심풀이로 읽을 책은 아니었구나 하고 뒤늦은 후회를 하게 되었죠.

내용은 16세기에서 19세기에 걸쳐 유럽 사회가 '광기'를 어떻게 규정하고 다루었는가에 대해 수많은 문헌들을 인용하여 정리한 역사서에 가깝습니다. 물론 주제/소재가 인간의 정신 내지는 심리, 그리고 종교, 도덕, 사상 등이 어우러진 영역에 있는지라 단순히 역사적 사실만을 나열하는 식으로는 서술이 안되겠죠.

광기를 정의한다는 것은 반대로 정상인, 즉 인간이라는 존재를 정의하는 일이 되고, 거꾸로 각 시대에 인간의 이성이랄지, 정상적 범주의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지를 어떻게 규정하는지 보게되는 것이죠. 그리고 광기/광인으로 규정한 대상들을 어떤 방식으로 격리-수용 혹은 치료하는 지를 보며 권력 혹은 권위의 존재방식도 볼 수 있습니다.

16, 17세기는 물론 18-19세기라는, 그리 멀리 떨어져있지 않다고 생각되는 시대에 조차 광기에 대한 규정과 인식, 그리고 처리(?) 방식은 현대사회를 기준으로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정도입니다. 어떤 신비나 주술, 미개한 수준의 기준을 갖는 것도 아니고 당시로서는 지극히 진지하고 이성적인 기준들로 그것들을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반대로 말하자면 우리 시대의 인간 인식이 한 백 년 후에는 얼만큼 우스워 보일지 궁금합니다.

연말에 여러가지 일들이 겹쳐 독서든 뭐든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출퇴근 전철 독서시간마저 확보되지 않은 기간이 있어, 안그래도 어려운 책을 무척이나 오래도록 붙들고 씨름을 했습니다. 게다가 번역도 매끄럽다고는 할 수 없는 수준이라 더욱...-.-;;;

미셸 푸코는 이런 책을 쓰는구나 정도를 경험해보려다 아주 찐하게 지적 고생을 해버렸는데, 나중에 이 책을 다시 한 번 읽어보든, 다른 (좀 얇은) 책을 읽어보든지 해야겠습니다.





덧글

  • CelloFan 2015/02/13 10:06 # 답글

    캬, 이제 미셸 푸코까지! 독서의 영역이 점점 넓어지고 계시네요.
  • bonjo 2015/02/13 11:26 #

    괜히 건드렸다가 피똥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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