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서의 괴로움 - 오카자키 다케시 / 정수윤 ▪ Books


누구의 블로그에서였나 페북에서였나, 이 책의 표지로 된 커다란 베개의 사진을 보고 어떤 책일까 궁금해 찾아봤습니다. 집에 책이 너무 많아 괴로운 사람의 이야기라니. 얼마전부터 책장이 넘쳐나 바닥에 쌓여가는 책을 보면서도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고있지 못한다는 생각에 감정이입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아뿔싸. 이 책에서 말하는 괴로움은 겨우 몇백 권 정도의 괴로움이 아니군요. 최소 이만권, 삼만권은 되어야 '장서의 괴로움'이라는 감정에 동참할 권리가 생긴다 해도 과언이 아닐 지경입니다. 아주 특별한 책 수집 오타쿠들의 이야기입니다.

책의 저자는 삼만권 정도의 책을 갖고 있고, 자기와 비슷한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책에 담고 있습니다. 책이 너무 많아 집 바닥이 주저앉은 사람, 집이 기울어 문이 닫히지 않게 된 사람. 아예 집이 무너진 사람. 화재가 나 활활 타오르는 책을 보며 오히려 후련하다고 하는 사람. 큰맘먹고 헌책방에 책을 엄청나게-수천 권이나- 팔았는데 티도 나지 않는 이야기. 오로지 책을 위해 집을 새로 지은 사람 이야기 등등. 그리고 책이 이삼만 권을 넘어가면 찾는 책이 어디 꽂혀있는지 알 길이 없어 참고하려면 도서관에서 빌리든지 다시 구입하게 된다는 우스꽝스러운 이야기도 나옵니다.

예전에 움베르토 에코의 글에서 누가 책이 몇권이나 되느냐 물으면 귀찮아서 이만권 정도(그것도 집에 있는 것만. 연구실 장서는 별도)라고 대답한다는 내용을 보고 거 참 대단하다라고 생각을 했는데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기본이 삼만권입니다. 하루에 한권씩 읽어도 다 읽으려면 100년은 걸린다는 계산.

다시 움베르토 에코의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자기도 책을 모두 다 읽은 것은 아니고 대부분은 필요한 부분만 참고하는 식이라고 설명합니다. '다시 읽는'다는 개념도 책등을 보며, 혹은 목차를 훑어보며 리마인드하는 방식도 포함된다고 하죠.

이 책에 소개된 사람들은 대부분 책을 읽기 위해 사는 사람들은 아닙니다. 어쩌다보니 늘어난 사람-저자의 경우 서평을 쓰기 때문에 원치 않아도 신간이 마구 밀려든답니다-, 습관적으로 하루에 몇권씩 사는 사람들입니다. 일년에 삼백권 이상을 읽었던 사람도 등장하지만 이내 읽는 속도가 사는 속도에 추월당했다는 이야기.

책이 많다는게 어느 정도를 이야기하는지 그 수량에 놀랐고, 그 많은 수의 책이 어떤 일을 일으키는지 재미있었고, 그런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다양한 에피소드의 나열이 가능하고, 책을 수집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들이 지속적으로 출판된다는 것이 놀랍네요. 간만에 일본향 진한 오타쿠 이야기를 접하니 뭔가 리프래시되는 느낌이 좋군요.






덧글

  • CelloFan 2014/11/21 11:22 # 답글

    요 책 잼날것 같더라구요.
  • bonjo 2014/11/21 13:48 #

    신기하고 재미있어. ㅋ
  • sunjoy 2014/11/21 20:27 # 삭제 답글

    책 모으고 음반 모으는 사람으로서 공감가는 얘기가 많아 무척 재밌게 읽었습니다^^ 아버지가 책을 깨나 쌓아두시는 분이라 저희 집도 이 책에서 묘사된 것과 살짝 비슷하거든요. 저도 만만찮은데 2대가 책을 사재끼느라 집안 여자들 불만이.. ㅋ 이 책을 보고나니 위안이 되더라구요.
  • bonjo 2014/11/23 22:14 #

    책속 상황이 가까운 곳에 있었군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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