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본주의의 폐해나 불평등 사회에 대한 책들이 요즘 이슈죠. 피캐티의 [21세기 자본]이 가장 핫 이슈고요. 스티글리츠의 책과 몇몇 자본주의 시스템에 대항하는 내용의 책들을 이미 읽은 터라 이 책을 카트에 담고, 배송되어온 책을 손에 들면서도 그닥 큰 기대는 없었습니다. 뭐 그냥 비슷한 이야기겠지. 하고요.
지그문트 바우만이라는 작가에 대해서는 사전 정보가 전혀 없었습니다. 책 날개에 있는 작가 소개를 보니 기본적으로 철학자이면서 사회 전반에 대한 관찰과 비평을 하는 명망 높은 지성이더군요. 몰랐다는 것이 부끄럽습니다.
작가에 대한 몰이해에 더해 스티글리츠의 책이나 피캐티의 저작과 비슷한 내용의 현실 분석 파트를 읽어가면서는 그 두 권의 요약본 정도로 보면 되겠다 싶었습니다만, 중반 이후로 넘어가면서 철학자의 손톱을 드러냅니다.
이 책은 자본주의 시스템이 사람들을 어떻게 속이고 있으며 그 거짓말들이 시스템에 속한 사람들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그 거짓말들이 사람들의 내면에 어떻게 자리잡고 어떤 모습으로 실생활 가운데 표출되는지, 그것이 어떻게 시스템을 강화해 가는지 심도 깊게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경제 성장, 소비 확대, 선천적 불평등, 경쟁을 통한 성장, 이 네가지가 바우만이 꼽는 자본주의의 거짓말입니다. 이 네가지 요소가 사회를 영구히 발전시키고 또 지탱해 준다는 것인데 바우만은 이게 아무런 근거도 없는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 근거로 인간이 본성적으로 소중하다 생각하는 가치들과 이 거짓말들이 어떻게 충돌하는지, 그리고 중요한 가치들이 거짓말에 의해 잠식되어가고 결론적으로 탐욕으로만 가득찬 세상을 만들어가는지 설명해줍니다.
말미에는 짧게, 우리는 왜 알면서 그리 살지 못할까 하는 고민도 던져줍니다.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다들 알면서 현실에서 선택할 때는 시스템이 제시하는 거짓말에 의해 잘못된 선택을 한다는 것이죠. 바우만의 고민에서 글과 말로는 자본주의의 폐해를 지적하며 평등과 진보를 주장하면서 현실에서는 좀 더 많이 벌고, 좀 더 많이 소비할 수 있는 선택을 하는 흔하디 흔한 넷진보들의 모습이 읽혀집니다.
불평등이라는 것이 경제적인 층위에서만 이야기되고있는 마당에, 바우만의 혜안은 그 너머의 내면을 보고 있습니다. 철학을 넘어 거의 종교 수준의 숭고함이 읽혀진달까요.
100페이지가 조금 넘는 적은 분량의 책이지만 내용 면에서는 올 하반기에 읽은 책중에 가장 마음에 남습니다. 강추.
덧글
쇠신발 2014/11/13 12:53 # 삭제 답글
계급의 한계라고 일찌기 말씀하셨습니다. 자 기도합시다... -_-;;
bonjo 2014/11/13 13:3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