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절친 첼로팬 군의 블로그에서 소개받은 책입니다. 딱 봐도 베스트셀러 [총 균 쇠]의 패러디가 아닐까 싶은데, [총 균 쇠]를 읽어보지 않은 관계로 내용도 그러한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제목을 보는 순간 아, 이거 재미있겠다는 감이 딱 왔습니다. 그리고, 재미있네요.
저자 피터 노왁은 이 책을 쓰게된 계기로 패리스 힐튼의 섹스 비디오를 이야기합니다. 야간 투시경을 통해 촬영된 그 비디오를 보고 걸프전 영상을 떠올렸고 군사 기술과 포르노 산업의 관계에 대해 생각을 시작하며 이 책을 구상하게 되었다는 것이죠.
포르노, 전쟁, 패스트푸드라는 현대 문화의 '부끄러운' 삼위일체가 현대 기술문명을 선도하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주장입니다. 패리스 힐튼 비디오의 예에서 보듯 군사용으로 개발된 기술이 포르노 업계에 도입되어 대중화되고 다른 영역에도 응용되는 방식. 가정용 비디오 재생기의 성장동력은 포르노 시장이었다는 것, ARS나 인터넷의 보안기술이 포르노업계에서 복재 방지를 위해 개발되었다는 것 등을 차치하고라고, 당장 우리나라에 인터넷 사용법을 널리 전파한 것이 X양 비디오였던 것을 떠올릴 수 있죠.
2차 세계대전 레이더 개발의 부산물인 전자레인지, 군사용으로 개발된 인터넷, GPS, 군용식량과 패스트푸드의 상호관계, 등등, 따로 떼어놓고 보면 (저자의 표현을 발자면) '부끄러운' 전쟁, 포르노, 패스트푸드 산업이 우리가 사는 세상을 얼마나 풍요롭고 편리하게 만드는지 보여주며 전쟁-포르노-패스트푸드의 세 영역을 넘나드는 기술적 진보의 예들을 수도없이 나열해줍니다.
저자는 책의 말미에 중국을 세계 기술문명의 새로운 원동력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경제성장 이후 재래식 무기를 첨단 무기로 바꾸기 위한 투자를 엄청나게 하고 있고, 법적으로 금지되어있는 포르노가 합법화 될 경우의 폭발적 성장이 예측되며 패스트푸드와 함께 식품 가공 기술에 대한 투자가 엄청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세상을 어렵게 만드는, 혹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은 욕구와 그를 반영한 산업들이 세상에 엄청난 기회들을 제공한다는 저자의 주장은 그 자체로는 역설적이지만 책을 읽다보면 설득될 수밖에 없네요.
덧글
CelloFan 2014/09/02 21:40 # 답글
bonjo 2014/09/02 21:4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