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구나 인정하는 엄청난 슈퍼 아티스트 집단임에도, 상업적인 성공으로 이름을 널리 알린 적은 없는, 그리고 아티스트입네 하는 허세스러운 면도 전혀 없이 자기가 하고싶은 음악을 묵묵히 하고있는, 여러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죠. 이렇게 모이기도 참 힘들텐데 잘 모였다 싶습니다.
1집 발매때에도 한국에 공연을 왔었다는데, 그때는 왔다 간 후에나 소식을 들었고, 이번에는 일찌감치 공연 소식을 접해 얼리버드로 예매해놓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예매해놓고 뒤늦게 영국 아마존에 2집 음반을 주문해 예습을 하는데, 이런 즉흥성 강조형 음악이 다 그렇듯, 귀에 참 안들어오죠. 멜로디와 리듬이 확실한 음악을 기타 위주로 듣던 사람은, 감상의 포인트를 잡기가 참 어렵다는 것인데, 참 예습 어려웠습니다. 아들놈은 예습 포기 ㅎㅎ 저도 반쯤은 포기하고 막연히 공연장 가서 보면 뭔가 갈피가 잡힐거야 하는 마음으로 기다렸죠.
공연 날짜가 다가오는데 엉뚱하게 들린 소식은 Marco Minneman과 Brian Beller의 Joe Satriani 유럽 투어 합류. 어라? 했더니 공연중에 언급을 하더군요. 닷세 전에 Joe의 투어가 끝났고 Aristocrats의 아시아 투어가 서울서 시작된다고요. 닷세밖에 시간이 없어서 Marco는 일찍 서울 가서 관광하자고 했다는데, Bryan Beller는 지구를 뺑뺑이 돌며 집에서 사흘 쉬고 왔다고 합니다. ㅎㅎ
건국대 캠퍼스 내에있는 공연정이었는데, 참 잘 만들어놨네요. 관객석 경사가 가팔라 관람이 편하고 불륨이 큰 공연이 아니어서 그런지 소리도 전혀 뭉침이나 퍼짐 없이 단단히 전달이 잘 되었습니다. 소규모 밴드라 테크들도 없이 스스로 악기들을 꾸리는 듯 했고, 사운드 엔지니어들도 우리나라 사람들이더군요.
공연 내내 공연장에 웃음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Marco Minneman의 익살은 예전에 다른 영상을 통해 익히 알고 있었습니다만, 과묵해보이는 Bryan Beller나 기타밖에 모르는 기타 바보처럼 보이는 Guthrie Govan도 모두 개구장이들이예요.
첫곡-둘째 곡을 제외하고는 모든 곡들이 시작될 때마다 그 곡을 만든 사람이 곡에 얽힌 사연을 이야기하는데 얼마나 입담들이 좋던지 ㅎㅎ. 입담 뿐 아니라 연주 중간에 이런저런 소리나는 동물인형이나 스마트폰을 이용한 장난들도 깨알같은 재미를 줬습니다. 특히 Marco Minneman이 아끼는 고무 돼지는 네번째 멤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활약을 보였죠.
저는 사실 Guthrie Govan 보다는 Marco Minneman을 중점적으로 보고싶었습니다. 드럼은 아무리 녹음이 잘 되어도 현장감을 능가하지 못하는 악기죠. 기대를 잔뜩 하고 갔음에도, 기대를 훌쩍 뛰어넘는 어마어마함이란. 정말 대단하더군요.
테크닉 위주의 메탈밴드들의 그것에 비해 드럼 세트가 단촐한 편이라 음...하는 느낌이었는데, 드럼 테크닉이란 것이 많은 음색을 다채롭게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박자를 쪼개 배열하는 것이로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변박 엇박 쪼개기 등으로 정신없이 달리는 드럼과, 그 양 옆으로 붙는 기타와 베이스. 아하. 이렇게 듣는 음악이었던 것이군. 하는 깨달음.
각 곡마다 음반과는 많이 다른 즉흥연주로 런닝타임이 마구 늘어나버려, 달랑 12 곡의 셋 리스트로 어떻게 2 시간을 채우지? 했던 의문에 확실하게 답을 해줍니다. 얼마나 쿵짝이 잘 맞던지 맘만 먹으면 두시간이 아니라 네시간도 하겠더만요.
음반을 들으면서는 솔직히 즐거울 수 있을까 하고 긴가민가 했던 공연인데, 긴가민가 했던 것 자체가 부끄러울 정도로 아주 멋지고 즐거운 공연, 멋진 연주자들이었습니다. 부디 자주 들러주길.
덧글
후추상사 2014/08/06 13:35 # 삭제 답글
이렇게 록팬들이 희귀한 나라에 또 오다니 고마운 생각이 듭니다.
bonjo 2014/08/06 15:28 #
얼마나 벌어갈까 하는 생각과 고맙다는 생각이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