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없이 해피앤딩 - 김중혁, 김연수 ▪ Books


김연수와 김중혁을 몇 년 간격으로 알게 되면서 둘이 참 많이 비슷하다라는 느낌을 받았고, 둘이 친구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에는 나이도 비슷하고 같은 업계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정도까지만 생각했더랬습니다. 그런데 국민학교 동창 시절부터 쭈욱 친구라는군요 ㅎㅎ 어린 시절부터 친구로 지내온 사이가 같은 분야에서 비슷한 성과를 내며 산다는 것이, 팀을 이루어 하는 스포츠 분야가 아닌 곳에서 또 가능할지 궁금합니다.

이 책은 둘의 친구관계를 이용(?)한 씨네21의 기획 기사 1년치를 묶어놓은 것입니다. 영화리뷰를 하되 둘이 한주씩 번갈아가면서 서로의 리뷰를 의식하며 연계적으로 써내려간다는 것이죠. 잡지에 실제로 실렸을 당시에는 독자들의 반응이 어땠을 지 모르겠습니다만, 책으로 묶어서 읽으니 무척 유쾌하고 재미있네요.

둘의 관계는 친분에 의한 유쾌한 농담 주고받기 뿐 아니라 사회를 보는 시각, 정치적 선호 방향 등까지 같아 기사가 연재되던 중간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이 있던 시기를 전후해서는 상당히 차분히 가라앉아 심각히 철학적, 비판적으로 가기도 합니다.

문제는 영화 잡지의 리뷰 글들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으며 보고싶어진, 혹은 인상깊에 새겨진 영화가 단 한 편도 없었다는거. 둘이 너무 장난을 치거나 진진해지면서 영화에는 별로 집중하지 못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애초에 이 둘은 영화에는 문외한임을 고백하고 시작하기는 합니다만 ㅎㅎ)

둘은 비슷하면서도 많이 다른 부분도 있는데,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글을 쓰는 방법, 작가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는 방법 면에서 큰 차이가 느껴집니다.

김연수의 경우는 문체가 무척 유려해 부드럽게 읽혀지고 잔잔히 동감하게 되거나 설득 당하게 되는데, 김중혁의 글은 유치하다 싶을 정도로 툭툭 튀고 일정하지 않은 면발같은 느낌이 있습니다만 강렬하게 뒤통수를 후리는 한방이 있습니다. 이 둘의 실제 글 쓰는 방식은 모릅니다만, 결과물을 볼 때엔 김연수는 두보 스타일, 김중혁은 이백 스타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글을 읽는 내내 마음이 움직이는 쪽은 김연수, 한 두 문장이 머리에 콱 박혀 오래도록 곱씹게 하는 것은 김중혁 입니다. 책을 읽으며 리마인드용으로 인상적인 문구를 메모해두는 습관이 있습니다만, 이 책에서 메모된 글은 모두 김중혁의 문장이네요. 아주 강렬합니다.

책을 접할 때마다, 점점 더 마음에 드는 작가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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