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꾸준히 구입하는 편이었던 자우림이지만, 언제부터인가는 뭔가 질려버린다는 느낌이 들어 새 곡/앨범이 나와도 기대를 갖고 들어볼 생각조차 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나가수에 등장해서 초기에 고전을 면치 못할 때에도 니네가 그렇지 뭐...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으니 정이 단단히도 떨어졌었나 봅니다.
이번 앨범이 발표되고 우연히 눈에 걸려든 '스물 다섯, 스물 하나'의 PV를 보는 순간, 귀가 확 열리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잘 만든 비디오이기도 했지만, 비디오를 빼고 보아도 곡, 가사 모두 아주 대단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자우림의 매력이라고 생각했던 점이라고 한다면, 아주 깊은 슬픔과 허무를 약간의 광기와 일탈로 감추어버리거나 승화해낸다는 비범한 감정장치였습니다. 질려버렸던 것은 '미친척을 한참 하다보니 아예 미쳐버렸구나'라는 것이었습니다. 혹은 슬픔에 휩쓸려 푹 젖은 걸레가 되어버린 듯한 모습이랄까요.
신곡을 들어보니, 헝클어진 머리를 곱게 빗고 잘 갈무리된 표정으로 허무와 슬픔에 관하여 또박또박 이야기하는 김윤아의 얼굴이 보였습니다. 앨범 구입을 위해 검색하니 앨범 타이틀이 [Goodbye, Grief]에 자켓조차 딱 그런 이미지더군요...-.-;;
'스물 다섯, 스물 하나'에 반해 구입한 음반이지만, 나머지 곡들도 그 느낌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물론 감정 라인이 오르락 내리락하기는 하지만, 제가 질려버렸던 그 지점을 넘나들 수준은 아닙니다. 이전의 자우림은 나는 죽어가요, 나는 슬퍼요 라고 이야기했다면, 새 앨범에서는 자기를 힘들게 하는 것이 무엇이었는지, 슬픈 이유는 무엇인지 소란스럽지 않은 목소리로 이야기하고 힘껏 달려보자고 하고있습니다. 훨씬 설득력있고 감정 이입이 쉽습니다.
그리고 나가수스러운 다양한 곡 성향과 편곡들이 곳곳에 보이는 것이, 나가수가 자우림을 거듭나게 했구나 싶습니다. 확실히 음악적으로 업그래이드 됐어요. 이대로 쭈욱, 좋은 행보 보여주기를 바랍니다.
스물다섯, 스물하나
덧글
CelloFan 2013/11/28 11:23 # 답글
bonjo 2013/11/28 20:4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