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네가지 비밀 - 호르스트 부르거 / 김용신 역 ▪ Books


이웃 블로거이자 친우인 荊軻 군의 리뷰를 보고 구입한 책입니다. 참고로 온라인 서점에 다 깔려있지 않아 찾는데 애먹었다가 Cellofan 군이 인터파크에서 발견한 후 알려줘서 구입했습니다. 荊軻 군이 읽은 책과는 출판사도, 번역도, 제목도 다르군요.

히틀러의 나치당 독재/2차 세계대전 시절에 유년~소년기를 거친 아버지와 그 시대의 책임에 대해 질문을 하는 아들의 대화 형식을 빈 소설입니다. 소설이라고 해도 저자인 호르스트 부르거가 1929년 생으로 소설의 주인공과 나이가 일치해 거의 자전적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세세한 에피소드들 까지 실제 경험인지는 잘 모르겠고요.

유년기에서 소년기로 성장하며 그 눈높이에서 나치정권이 사람들의 사상을 겁박하고 유태인들을 학대하는 움직임들을 관찰하는 것으로 시작해 그시절 또래들이 모두 그랬듯이 유겐트에 소속되기도 하고, 연합군의 폭격에 공포에 떨기도 하며 또 그 또래들이 그랬듯이 소년병으로 전쟁에 참여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독일 패전 후 고향으로 돌아오는 길에서 만난 -나치에 반대해 수용소에 갇혀있던-정치범과의 대화를 통해 그 시절의 정체를 듣게되고 훗날 전후 혼란기의 한 복판에서 그를 다시 만납니다.

제목의 네 가지 비밀이란 뭔가 중대한 비밀이라기보다는 부끄러운 기억들 정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무력했기 때문에 부당함에 대항하지 못한 기억들, 왜곡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았던 기억들, 손 쓸 방법 없이, 혹은 기꺼이 세상의 흐름에 떠밀렸던 기억들 등등.

정치범 아저씨와의 대화와 아들의 입장에서 쓴 에필로그로 이 길지 않은 이야기가 요약이 되는데, 해방/전쟁 후 정신없이 흘러온 독재시절을 살아온 우리 아버지 세대의 모습과 정확히 일치하고 있습니다. 특히 과거의 이야기가 아닌 지금의 대한민국 사회 모습은 부끄럽게도 1950년대 독일의 시대와 동일하다고 할 수 있겠고요.히틀러에 홀려 전쟁에서 팔을 잃은 상이군인이 여전히 그 시절의 그 장단에 맞춰 권력의 꼭뚝각시 노름을 하는 모습을 소름끼칠 정도로 판박이죠.

그 암울했던 시대를 지나 현재의 -국가로서 가장 건강하다고 평가할만한- 독일을 이루어냈다는 역사적 사실은 우리에게 희망을 주기도 하고, 겪어내야 할 세월이 길다는 사실은 한편 버겁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책의 마지막 문장은 21세기 대한민국 사람들, 특히 저와 비슷한 또래의 사람들에게 울림이 아주 크리라 생각합니다.

그런 일을 당하고도 정신을 못차린 사람은 수없이 많다. 그떄 받았던 교육수준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 말이다. 늘 힘만을 자랑하고 호전적이며 고지식한 속물이 그들이다. 그런 사람들에겐 히틀러가 나타나는 것만큼 바람직한 일은 없을 것이다. 그들에겐 질서 정연하고 짦은 머리에 두 팔을 곧게 펴는 것만이 애국이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우리는 저항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것이야말로 아버지 세대들, 선량한 어른에 대한 우리의 책임이다.








덧글

  • sunjoy 2013/11/15 21:02 # 삭제 답글

    읽어보고 싶어지는 책이네요! 그리 어렵지 않을 것 같은데 중학생 조카와 함께 읽어봐야겠습니다.
  • bonjo 2013/11/15 21:31 #

    예, 이야기 형식이라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저도 다 읽고 아들녀석 읽어보라고 책꽂이에서 따로 뽑아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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