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재걸음 - 움베르토 에코 / 김희정 역 ▪ Books


부제가 [세계는 왜 뒷걸음질 치는가]입니다. 책의 내용은 신문/잡지에 기고되었던 칼럼들과 강연을 편집하여 주제별로 묶어놓은 것입니다. 국제정세, 정치, 문화, 종교, 철학 등등 다방면의 주제들을 다루고 있습니다만 그것들을 하나로 묶는 큰 주제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가재걸음'입니다. 뒷걸음질, 퇴보하고있다는 것이죠.

글의 내용들이 시사성이 높은지라 각계의 흐름을 이해하는 만큼 에코 할배의 이야갸들을 알아들을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만, 그리 크게 동떨어진 문제들도 아니고 대부분 소재들의 규모들이 큰지라 큰 이질감 없이 읽어내려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탈리아 정치권(정확히 말하면 베를루즈코니 정권)에 관한 비판 분량이 꽤 큰데, 이 부분은 이탈리아의 사정을 몰라도 닮은꼴인 MB를 대입해 읽으면 아주 술술 넘어갑니다. 닮은꼴 닮은꼴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어찌 그리 판박이인지.

여러 방면에 걸처 비판을 가하고 있지만, 그 결론, 혹은 대안이다 싶은 이야기들은 마지막 쳅터에 수록된 '거인의 어깨 위에서'라는 강연록에 모두 담겨있는 듯합니다. 시대가 바뀌며 거인의 어깨에 올라서 더 멀리본다는 발전 방식이 사라지고 난쟁이들이 서로의 어깨의 위에 올라서려는 행태들을 보이고 있다는 비판입니다. 그러다보면 어둠속에 숨어있던 거인(과거)이 우리 어깨 위에 올라서게(퇴보) 된다는 것이죠.

마지막 글은 죽음에 관해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는데, 모든 이들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이면서 움베르토 에코 본인의 지극히 개인적인 죽음에 대한 태도를 보여주고 있어서 뭐랄까요, 한 시대를 살아간 엄청난 지적 거인의 쓸쓸한 뒷모습을 보는 느낌이 썩 유쾌하지는 않네요. 본인은 담담한데, 저는 울적해집니다.

주제가 워낙 방대해 분량에 비해 읽는데 시간이 조금 오래 걸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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