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이별 - 레이먼드 챈들러 / 박현주 역 ▪ Books

지인이 페북에서 소개한 글을 읽고 읽어보았습니다.

레이먼드 챈들러라는 이름, 필립 말로라는 이름은 여러번 들어봐서 익숙하기는 한데 어느것이 작가 이름이고 어느것이 주인공 이름인지 전혀 구분이 안되는, 작품에 대한 기초지식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의 독서였어요.

지인이 소개하기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문체는 레이먼드 챈들러에게 엄청난 영향을 받은 것이라 하더군요. 몇몇 단편을 제외하고는 하루키의 소설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었지만 수필 작가로서는 하루키의 팬인지라 호기심에 이끌렸다고 할까요

사설탐정 필립 말로의 이야기 중 마지막 이야기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 책 이후로 한권이 더 있습니다만 레이먼드 챈들러가 말년에 집필중 사망하여 다른 작가가 마무리를 지었다고 합니다. 골수팬들은 그닥 인정해주지 않는다고... 필립 말로의 캐릭터에서 많이 벗어나버렸다는 평가입니다

전작들을 읽어본 적이 없으니 자력 비교는 불가합니다만, [기나긴 이별]에서의 필립 말로도 전작들과는 뭔가 달라진 모습이라고 하네요. 전설적인 기사같은 열혈 탐정이었던 그가 40 줄에 들어선 중년으로서 인간적인 면을 많이 보여주는 수준의 변화랄까요.

제목의 '기나긴 이별'은, 이야기 초반에 헤어져버린 친구와 이야기의 끝에서야 진짜 이별하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스토리는 추리소설 치고는 좀 엉성하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사건이 벌어지고 주인공이 그것을 해결해가는 방식이 아니라 낯선 느낌인데, 사건이 일찌감치 벌어지고 경찰 선에서 수사가 종결되고 주인공이 찝찝해하면서도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와중에 다른 건에 또 휘말리고 그 와중에 또 사건이 벌어지고 그것도 뭔가 엉성히 해결되고 오히려 표면적으로는 모든 것이 다 종결된 이후에 책장도 몇장 안남았는데 필립 말로가 주도적으로 움직인다는 이상한 구조입니다.

사건과 치열하게 싸우는 장면도 없고 범인과의 갈등 따위도 없습니다. 이런 저런 등장인물들과의 2차원 3차원적인 얽힘과 섥힘들이 실낱같이 첫 사건과의 가느다란 끈을 유지하며 아주 천천히 흘러가는 방식이랄까요. 이러하니, 이야기는 서사 중심이 아니라 묘사 중심입니다. 상황묘사 대상묘사 감정묘사 등등.

이 묘사하는 방식이 낯이 익습니다. 하루키예요. 하루키가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받았는지 한가지는 확실히 보입니다. 정황이나 등장 인물/사물을 쓸데없다 싶을 정도로 정확히 묘사하면서 그 장면 속으로 독자들을 깊숙히 끌어들이는 것이죠.

이 묘사가 워낙 탁월하여 후배 작가들에게 영향을 미쳤고, 또 이야기가 문제의 발생-해결 방식의 단순한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추리소설이라는 한계를 넘어 문학성을 인정받고 있고, 50년이 넘은 지금에도 꾸준히 사랑을 받고있는 것이겠지요.

즐거운 독서였고, 시리즈 전작들도 관심이 가게 되네요.








덧글

  • CelloFan 2013/09/25 22:20 # 답글

    그렇지 않아도 하루키씨 덕분에 레이먼트 챈들러를 읽어봐야지 했습니다만, 주변에 실제로 읽은 분들이 거의 없던 차였는데... 형님이 마루타 감사 -_-)/
  • 본조친구 2013/09/25 22:59 # 삭제 답글

    어떻게 롱굿바이를 먼저 읽었어.. 빅슬립을 먼저 읽었어야지..ㅎㅎ
  • CelloFan 2013/09/25 23:02 #

    본조형 마루타 실패로군요. 형 '빅슬립' 부터 다시 읽어주세요 -_-)/
  • bonjo 2013/09/25 23:32 #

    그러게. 권말 해설 읽고 나서야 잘못했다 싶었지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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