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 - GK 체스터튼 / 홍병룡 역 ▪ Books

지난번 브라운 신부 시리즈의 추리소설로 접하고, 유명한 기독교 변증가라는 말에 그런 쪽 서적을 읽어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차, 딱 적당한 책을 소개받았습니다.

이 책은 정확히 말하자면, 저자도 책 내용중에 언급하듯 꼼꼼한 변증서는 아니고 저자가 접한 19-20세기의 철학과 세계관 등을 하나씩 뜯어보며 기독교 세계관으로 접근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저자의 표현을 빌자면 '자전적' 글입니다.

독자를 설득하기 위한 변증서가 아니기 때문에 글은 거칠고 불친절합니다. 각종 세계관과 철학 사조들에 관한 친절한 해설이나 설명이 없어요. 전제에서 결론까지 논리적으로 조곤조곤 해설해가는 글이 아니라 멱살을 붙들고 흔들어대는 모양입니다. 이사람이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을 왜 했는지 설명하는게 아니라 멱살을 잡고 "야 이 나쁜놈아"라고 하면, 그 인물에 대한 사전 지식이 있는 사람은 알아듣는. 그런 형식이죠.

불친절하고 비약적 서술이 많지만, 이 책은 당시의 시대정신으로부터 기독교 세계관으로 돌아온 체스터튼의 '관점'을 보여준다는 면에서 아주 탁월한 책입니다. 표지에 서론에서 발췌한 문구가 써 있는데, 이 책의 성격을 거의 제대로 보여줍니다.

"나는 내 나름의 이단을 창설하려고 노력했는데, 거기에 손질을 가하고 보니 그것이 정통신앙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이 생각은, 교회에서 가르치는 고리타분하고 율법적인 세계관들에 불만을 품고 일탈을 했다가 돌아온 사람들이라면 100% 수긍할 수 있는 문장이라 생각합니다. 이 시대를 해설할 수 있고 설득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이라 생각했던 것들이 이미 성경 안에 담겨져 있는 것을 뒤늦게(2000년이나) 발견하고 무릎을 탁 치게 되는 그런 순간이 있는 것이지요.

CS 루이스가 [순전한 기독교]를 통해 인간의 내면 깊숙한 곳에서 신을 발견해냈다면, GK 체스터튼은 세상과 좌충우돌하며 이것이 진리이다 라고 '진짜배기'를 집어들었는데, 그게 기독교였다. 라는 식입니다.

한 두 페이지 읽으면서 딱 떠오른 사람이 있는데 테리 이글턴. 상당한 독설가라 생각했던 사람인데, 이거 영국인 기독교 변증가들 성향 자체가 이런가 싶을 정도로 냉소와 비아냥이 더글더글 합니다. CS 루이스 같은 친절한 사람의 글을 보면 그것도 아닌데 말이죠. 아무튼 그 냉소와 유머로 가득한 책이라 읽는 행위 자체도 즐거웠습니다. 그리고 테리 이글턴보다는 비꼼이 덜해 더 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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