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노비들 - 김종성 ▪ Books


荊軻군의 블로그에서 리뷰를 읽고 이거다 싶어 구입했습니다.

사극 등을 통해 갖고있는 노비에 대한 이미지는, 주인마님이 거기 누구 없느냐~ 하면 마당을 쓸다가 허겁지겁 달려와 납짝 엎드리는, 그런 모양새입니다. 얼마전 드라마 [추노]를 통해 노비가 주인공인 이야기도 접했지만, 거기서도 주인공은 무관이었다가 노비가 된 인물, 주인을 죽이고 양반행세를 하던 인물이었고, 진짜 노비의 이미지는 조연급이었던 업복이와 그 주변인물들이었고요.

이 책은 조선시대 노비라는 존재가 양반들의 생활을 서포트하는 가사도우미 수준이 아니라 조선 사회 전반을 지탱하는 주체였음을 보여줍니다. 이미지가 완전히 달라지죠. 농업, 공업 뿐 아니라 상업에서 큰 성과를 낸 부자 노비들이 있는가 하면, 양반들 놀음으로 알고있던 국가-지방 행정조차도 노비들이 실무 역할을 모두 맡고 있었다니 말이죠. 심지어는 많은 제자들을 거느린 책읽는 노비, 혹은 신분 세탁 후 고위 관직까지 오른 노비의 이야기도 나옵니다. 화폐개혁시 조정을 발칵 뒤집어놓을 정도의 거부 노비 이야기도 나오고요

노예제도나 유럽 농노들과 비교하는 부분도 흥미로왔는데, 둘 어느쪽과도 정확히 부합되지 않는 매우 독특한 신분제도 혹은 계층이었다고 생각이 듭니다. 인구의 30% 가량으로 수가 유지되었고, 주인집 밖에 기거하는 외거노비의 경우 정기적 상납만 채우면 개인 재산을 소유하고 경제활동이 가능했다고 하니 사극에서 그려지는 농사짓고 장사하는 '평민'의 절반가량은 노비라고 봐도 무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읽어가면서 현대 대한민국의 '서민'이라는 존재와 조선시대의 노비가 자꾸 오버랩되는 것은 저자의 의도도 약간은 있었지만, 현실이 그러하다고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세습되고, 그들이 없으면 사회가 무너지지만 주인/주인공은 되지 못하는 점까지도요. 실제 조선 후기 법적으로 노비제도가 와해되기 이전에 양반들과 국가에서조차 노비보다는 임금 노동자를 선호했다는 사실이 언급되는데, 바꿔 말하면 '임금 노동자'가 노비를 대치했다고도 할 수 있겠죠.

내용 자체도 매우 흥미롭지만, 저자의 기술 방식 자체도 칭찬할만합니다. 이런저런 기록 속의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풀어놓고 그 속에 담겨있는 노비제도에 관한 이야기들을 찾아주고 구체적 사료로 그 이야기를 보강합니다. 짧은 호흡에서는 자잘한 재미를, 긴 호흡으로는 조선 역사를 관통해 노비제도가 사라지는 시점까지 굵직한 흐름을 놓치지 않습니다. 장르가 역사서라 조금 딱딱할 것을 예상했는데 가볍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네요. 중학생 아들놈도 앉은 자리에서 절반을 뚝딱 읽어버릴 정도였으니까요.






덧글

  • 기계영혼 2013/08/27 23:23 # 삭제 답글

    하하 내가 조선시대라면 노비였구나. ㅠㅠ
  • bonjo 2013/08/28 10:02 #

    노비란게 아주 특별히 비천한 존재는 아니었다는 것 또한 이 책의 관점이라면
    위안이 되지 않겠..군요...-.-;;;;
  • CelloFan 2013/08/30 09:26 # 답글

    재미있을듯!
  • bonjo 2013/09/02 00:33 #

    내용도 글 자체도 재미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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