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atovarius 내한공연 관람 후기 ▪ etc.


부산 락페의 헤드라이너로 참여하면서 서울 공연 일정을 추가로 잡아 치러진 공연이었습니다. 2011년 Stratovarius와 Helloween의 합동공연에서 Stratovarius의 라이브를 한 번 맛본 상태였던지라 내한 소식을 들었을 때 무척 구미가 당기기는 했습니다만, 한가지 걸리는 것이 V-Hall에서 하는 스텐딩 공연이었다는 점. 체력이 체력인지라 좋아하는 밴드들이 스텐딩 공연을 하면 번번히 포기하곤 해왔죠. Hibria, Galneryus, Stryper 등등.

이번에 가게된 것은 순전히 아들 떄문입니다. 작년 가을정도부터 락음악에 급격히 관심을 갖더니 기타를 치기 시작했고 감상 대상도 슥슥 바뀌더니 저랑 비슷하게 헤비메탈 쪽으로 정착을 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봤던 공연들 이야기를 해주면 너무 보고싶어했죠. 작년에는 누가 왔다갔다 는 식으로 약을 올린(?) 제 탓도 있긴 했지만 말입니다...-.-;;

아들의 음감 이력이 아주 길지 않아 주로 듣는 몇몇 아티스트들에 한정되어있는 탓에 Stratovarius에 대해서는 잘 알지도 못했는데 공연이 있다고 하니 무조건 가겠답니다. 그러니 저도 보호자 입장으로 가야죠...;;; 아들과 함께 Setlist.fm에 나와있는 최근 공연 내용을 참고해 예습을 했습니다.

스텐딩이 처음이니 당연히 V-Hall은 처음 가봤는데, 무대 폭은 좁고 천정이 높고 앞뒤로 무척 긴 구조더군요. 제일 뒷쪽에는 40-50명 정도 앉을 수 있는 계단식 좌석이 설치되어있더군요. 좌석을 보는순간 그동안 포기했던 V-Hall 공연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갑니다...ㅠ.ㅠ

오프닝은 다운헬. 이름은 많이 들어봤는데 음악은 처음 들었습니다. 곡도 깔끔하고 연주도 깔끔하고, 박력만빵. 보컬 기량도 매너도 아주 멋있었습니다. 팬 해야할 듯. 아쉬웠던 것은 공연 시간이 달랑 30분이었다는거. 일 정도로 좋았습니다. 베이시스트가 공석이라 객원 연주자분이 연주했는데 원래 베이시스트가 엄청난 미녀 여자분이었더군요. 공연중에 관중 한분이 "여자분 어디갔어요"하자 보컬이 "집 나갔어요"라고...-.-;; 공연 끝나고 CD 한장 사야겠다 했는데 탈진상태로 나오다보니 깜빡 해버렸네요.

30분간 세팅 후 MR로 된 인트로 발사. 후 밴드 등장. 첫곡부터 아들에게 멘붕이 왔습니다. 첫곡부터 예습한 셋리스트와 달라요...ㅜ.ㅜ 곰곰히 생각해보니 setlist.fm에 나와있는 공연들은 그들이 늘 찾아가는 곳인지라 붙박이 명곡과 신곡 위주로 짜여진 세팅이고 울나라는 메인으로는 첫 공연이니 골고루 들려주자는 계산이 있는 듯합니다. 처음듣는 곡(예습범위 밖에 있던 곡)이 나올 때마다 아들은 저에게 항의 제스쳐를 보내고 ㅋㅋ

신보 [Nemesis]의 곡들을 모두 네 곡을 했는데, 예상대로 공연에서 아주 잘 들리는 작곡이었었습니다. [Polaris]나 [Elysium]의 곡들에 비해 구조가 단순하게 바뀐 것이 공연장에는 잘 맞습니다. 인터넷에 올라온 밴드용 셋리스트 프린트를 보니 총 15곡을 했습니다. 시간상으로는 90분 가량 되었고요. 좀 짧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만 지루하지 않았다는 뜻도 되겠죠.

지난번 공연과 비교해서 드러머가 교체되었는데, 좀 작은 체구에 젊은 친구로 보입니다만, 에너지가 펄펄 넘치더군요. 조금 아쉬웠던 것은 에너지와 스피드는 좋은데, 정교함이 좀 떨어져 베이스 드럼이 절름발이 박자를 때릴 때 박자가 밀리고 뭉치는...;;; 믹싱도 좀 아쉬웠는데 기타와 키보드의 밸런스가 맞지 않아 공연 중반까지도 키보드는 너무 크고 기타는 너무 작은 경향이 있었습니다. 오히려 V-Hall 공연 경험이 많았을 다운헬의 사운드가 더 깔끔하고 좋았어요 ㅎㅎ

공연 내내 팔딱팔딱 뛰던 아들놈은 빨아놓은 빨래처럼 푹 젖어버렸고 저도 다리가 후달달 ㅎㅎ 그래도 V-Hall 공연도 겁내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차하면 무대에서 좀 멀어도 뒤에 좌석도 있고요. 아들놈은 다음 공연은 Dream Theater가 되었으면 한다고 간절히 바라고 있는데, 9월에 신보 내고 나면 내년쯤 찾아주려나요. 부디 아들놈 시험기간만은 피해가길 ㅎㅎ









덧글

  • gini0723 2013/08/05 10:56 # 답글

    아들분과 같이 락을 즐기시는군요. 부럽네요!
    좋은 밴드 이름도 알아갑니다!
  • bonjo 2013/08/05 12:13 #

    반갑습니다. ^^
    아들이 일단은 제가 듣는 음악 정도에 만족하고 있는데
    메인스트림을 따라가기 시작하면 제가 따라기지 못하겠죠 ㅎㅎ
  • zepp 2013/08/05 12:32 # 답글

    아드님하고 같이 공연가시고.. 참 멋지고 부럽네요!^^
    아이언메이든 공연 같은데 가보면 부자지간 관객이 종종 보이던데
    참 보기 좋았었습니다

    저도 아들이랑 같이 음악 들으면 좋을 것 같은데 아직은 뽀로로 좋아할 때라ㅋ
    나중에 크더라도 먼저 좋아하기 전까진 권유 안할까 합니다ㅋ
  • bonjo 2013/08/05 15:56 #

    저도 은근히 바라기는 했는데 어려서부터 피아노를 가르쳐서 그런지 중학교 입학해서도 쇼팽만 좋아하더라고요. 제가 듣는 음악 틀어놓으면 시끄럽다고 귀를 막든지 소리 안나는 헤드폰을 끼든지 할 정도였어요.
    그러다가 친구 통해 콜드 플레이를 접해 열심히 듣길래 비슷한 밴드 소개해준다고 하며 U2, 후기 Rush까지 소개를 해줬습니다. 그랬더니 유튜브에서 Rush의 Xanadu를 접하더니 콜드플레이 버리고 Dream Theater까지 스스로 도달하더군요.
    요즘은 이러이러한 밴드는 없냐는 식으로 저에게 요청을 하는 식으로 새로운 밴드를 접해가는 중입니다. ^^
  • 인으로 2013/08/05 13:05 # 삭제 답글

    아 아드님이랑 공연을.... 너무 부럽습니다.
    제 아들은 아직 2살이라 ㅋ
    결정적으로 락음악을 좋아할지도 미지수네요 ㅋ
  • bonjo 2013/08/05 15:58 #

    저도 바라기는 했지만 실제로 제가 좋아하는 음악 함께 좋아해주니 행복합니다.
    사춘기 접어드는 아들과 어떻게 관계를 풀어가야 할지 난감한 면도 있었는데 음악 이야기 기타 이야기 하면서 관계도 좋아졌어요.
  • CelloFan 2013/08/05 13:50 # 답글

    준하가 이제 모시고 다녀야 겠군요. 세린이는 공연장 데려가면 전반부에 자던지, 후반부에 자던지 어떻게든 잡니다 -_-)/
  • bonjo 2013/08/05 15:59 #

    성인 될 때까지는 내가 모시고 다녀야지 ㅎㅎㅎ
    예전에 연선이가 준 표로 우리 애들 데리고 음악회 갔을 때 생각나네. 우리 애들도 아주 푹 잤지;;;
  • 여름 2013/08/05 17:00 # 답글

    부럽습니다. 제경우 남동생 둘이랑 어렸을 때 많이 들어서 남자들끼리 뭔가를 알려주고 같이 하는 것은 쬐끔 식상한데요. 문제는 여자인거죠.
    야구나 음악이나 울집의 두명의 female은 당췌 관심이 없네요.
    그나마 크레용팝으로 울가족들 관심사가 비슷해졌습니다.
  • bonjo 2013/08/05 22:05 #

    저도 아내와는 Pat Metheny 공연 가본게 전부입니다.
    딸은 요즘 틴탑에 꽂혔어요 ^^;;
  • Criss 2013/08/05 23:02 # 답글

    저는 같은 날 겹쳤던 앳더게이츠에 다녀왔었는데,
    스트라토바리우스도 가고 싶었는데 좀 아쉽더라구요.
  • bonjo 2013/08/06 10:54 #

    DP에 올리신 글 통해서 먼저 봤습니다.
    Stratovarius도 좀 더 큰 공연장에서 할 수 있는 환경이었으면 하고 아쉬워했는데
    앳더게이츠 공연은 관중수가 더 심했군요...ㅠ.ㅠ
  • basher 2013/08/06 13:08 # 삭제 답글

    부자가 함께 공연 관람이라 멋진 후기입니다 -.-b
  • bonjo 2013/08/06 18:02 #

    작은 소원 중 하나가 이루어졌네요 ^^
  • ch.g2 2013/09/15 00:04 # 삭제 답글

    와...마냥 부럽네요.
    아직 결혼하지 않았지만
    아들과 정말 좋아하는 취미를 공유할 수 있다는 건 정말 멋지면서도,
    또 정말 어렵다고 생각하거든요^^;;;
    (아들로서 아버지와는 전혀 맞지 않아서.....^^;;;)
    정말 부럽습니다.
  • bonjo 2013/09/15 21:28 #

    저도 그냥 막연히 바람만 있었는데 아들이 고맙네요 ^^
  • Chaotic 2013/11/15 21:36 # 삭제 답글

    헉 스트라토바리우스가 이번에 부산락페에 왔었군요..으...
    이걸 이제야 알다니..제일좋아하는 멜스메그룹인데 ㅠㅠ
    이제 원년멤버는 보컬과 키보드만 남았군요..
    뭐..따지면 코티펠토와 옌슨도 완전오리지널원년멤버는 아니지만서도...
    미하일의 더블베이스 드럼소리를 참 좋아했는데 말이죠..이제 드러머도 바뀌다니...
    저번 Mr.Big콘서트 이후 콘서트장을 가보질 못하네요...올해말에 시간내서
    락&메탈 공연이 참 가고싶네요..
  • bonjo 2013/11/18 21:39 #

    요즘은 락밴드들이 예전에 비해 많이들 오긴 하는데
    정보 접하기는 반대로 어려워지는 것같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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