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부자 척 피니 - 코너 오클리어리 / 이순영 역 ▪ Books


EBS의 지식e채널을 캡쳐한 게시물을 어디선가 접했고, 거기 적혀있던 참고문헌을 검색 구입해서 읽게 되었네요.

15달러짜리 시계를 차고, 이코노미 클래스만 이용하는, 자기 재산은 없는 억만장자. 면세점이라는 새로운 유통구조를 개척해 2차 엄청난 돈을 모았지만 전 재산을 기부하기로 작정, 재단을 설립해 이미 4조원 이상(40억 달러)을 기부했고, 자기가 죽기 전에 4조원 이상의 나머지 재단 재산도 모두 기부해버리기로 결정한, 매우 특이한 부자의 이야기입니다.

이야기는 대충 세 덩어리로 나누어 읽을 수 있습니다. 출생에서부터 2차세계대전 이후 사업을 시작해 자리를 잡는 사업 개척의 이야기, 그리고 사업이 자리를 잡아가며 거대 그룹으로 성장시키는 이야기, 마지막으로 기부가로서 변해가는 이야기.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맨 앞부분과 맨 뒷부분입니다. 중간에 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다른 기업과 경쟁을 하거나 파트너들과 결별하는 부분은 개인적으로 무척 지루했어요. 어쩌면 새로운 것을 개척해가는 사업 초창기의 싱싱함과 대비되는 상황들이 어색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기부가로 변모한 이후의 이야기야말로 척 피니의 인생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즐겁게 읽을 수 있는 부분이겠죠. 어쩌면 미친듯이 돈을 버는 부분도 기부하는 그의 모습과 대비되는 무척 재미있는 장면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업 초창기때는 돈이 돌아가는 것에 취해 재정상태를 돌아보지 못해 엉뚱한 파산의 위기에 몰리기도 하지만, 여러가지 상황들이 운좋게 맞아떨어지기도 하고, 어느정도 자리를 잡은 이후엔 뭉터기 돈을 휘두르며 좀 더 많은 이권과 돈을 긁어모으기 위해 애를 씁니다. 돈 버는 기계, 혹은 귀신이예요. 돈을 번다는건 저런거구나...하고 감탄을 할 정도.

그랬던 그가 어떤 이유로 전 재산을 포기하는 과격한 방식의 기부가가 되었는지는 명확히 그려지지 않습니다. 어쩌면 애초에 돈을 버는 데에만 관심이 있었지 그것을 소유하거나 누리는 것에는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코노미석만 탄다든지, 택시보다는 버스/전차를 선호한다든지, 15달러짜리 시계를 찬다든지 하는 것은 한참 돈을 벌 때에도 동일한 습관이었다고 하니 말이죠.

그의 기부의 가장 큰 특징으로 익명성을 꼽는데, 호주의 어느 의학센터를 건립하는데 든 비용의 대부분인 6000만불을 기부했지만 그 의학센터 이름으로 500만 불을 기부한 사람의 이름이 사용되었다니 말 다했죠. 그에 대해 피니는 500만불의 기부를 이끌어냈다고 흡족해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코넬 대학의 수많은 건물도 피니의 후원으로 이루어졌는데 그의 이름을 딴 건물은 하나도 없답니다.

익명을 포기하게된 계기도, 워낙 기부를 많이하다보니 누가 했는지 뻔하게 되어버렸고 익명=피니라는 공식이 생겨버릴 정도라 '다 보이는데 뭘 가리나' 수준이 되어 포기하게 되었다고 하네요.

노블리스 오블리주, 누구나 쉽게 쓰고 알아듣는 개념이지만, 인간의 이기심이 그것을 얼마나 가로막는지는 또 누구나 잘 알죠. 생색을 내는 수준이나 비난을 피하기 위한 기부가 아니라 오히려 칭찬까지도 피하며 남을 도우려고 했던 척 피니의 인생은 정말 값지고, 돈에 미쳐 돌아가는 세상에 귀감이 된다 하겠습니다. 세상에 이런 사람도 하나쯤 있구나 싶은, 즐거운 독서였습니다.







덧글

  • CelloFan 2013/06/20 12:14 # 답글

    가지고 있는 1000원 중에서 100원을 내놓는 건 쉽지만, 1000억 중에서 100억을 내놓는건 훨씬 힘들죠. 참 대단한 사람이네요!!!
  • bonjo 2013/06/20 14:04 #

    대단하다 정도로는 설명이 안되는 경우라고 봐.
    보편적 인간상에서 멀다는 의미로, 좀 미쳤다고 할까. 바람직한 방향으로 말이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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