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 죽는다는 것 - 김형숙 ▪ Books


우선 책 제목에 대해 언급하자면, [도시에서 죽는다는 것] 보다는 [병원에서 죽는다는 것]이 정확할 것입니다. 책에서 다루고 있는 죽음들 대부분이 병원 중환자실에서의 죽음이거든요. 저자는 현대 도시에서 죽는 다는 것은 병원에서 죽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언급하고 있으며, 자크 엘룰이 [도시의 의미]에서 사용했던 '도시'라는 단어의 뜻을 생각해본다면 자연스러움을 벗어나 인간들이 구축해놓은 시스템 속에서 죽어간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도 있겠습니다.

저자는 대학병원 중환자실에서만 19년을 근무하며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곁에서 봐온 간호사입니다. 책의 서두에는 산골마을에서 자라난 어린시절을 기억하며 그곳에서의 죽음은 슬프기는 했지만 얼마나 자연스럽고 유족 친화적인 사건인지 반추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자연스러운 죽음이라는 현상이 병원이라는 시스템 속에서 여러가지 선택의 여지를 갖는 사건이 되어버림으로 환자 자신과 가족들, 의료진들에게 얼마나 스트레스를 주고있는지 지적합니다. 그 스트레스가 피할 수 없는 죽음 위에 불필요한 부담을 지워주고 있는 것은 아니냐는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지요.

사고로 급사하거나, 건강하게 살다가 어느날 갑자기 죽는 것, 혹은 자살로 죽는 것 외에, 병에 걸리거나 심하게 다쳐 병원 신세를 지다가 죽는 경우, 너무나 많은 선택지들이 주어지며 심지어는 선택할 수 없는 상황까지도 죽음을 부자연스럽게 만들고있다는 것을 책을 통해 볼 수 있습니다. 저자는 이러한 선택지들이 좀더 합리적으로 바꿔야하지 않겠느냐는 질문과, 미리 준비해두어야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를 던집니다.

죽음의 종교적/철학적 의미가 아니라 그 사건 자체를 어떻게 준비하고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아주 노골적이고 직접적인 이야기들임에도 불구하고, 죽음 자체가 가볍지 않고 누구든 피할 수 없는 사건이라 독자는 저절로 철학적/종교적인 사고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종교를 가져 영생을 믿든, 윤회나 환생을 믿든, 죽으면 다 끝이라고 생각하든, 이 땅에 발을 딛고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죽음이라는 현상을 피해갈 수 없겠죠. 그 죽음이 우리 조부모의 것, 부모의 것, 가족의 것, 나의 것으로 다가왔을 때, 어떤 식으로 가는 자와 남는 자들이 아름답게 이별을 해야할지 고민하게 만들고 준비하게 만들어줍니다.

주변에 죽을 사람도 없고, 본인도 죽지 않을 것같은 사람을 제외하고는 일독을 권합니다. 수퍼 울트라 강추.





덧글

  • sunjoy 2013/05/31 21:45 # 삭제 답글

    수퍼울트라 라고까지 하시니 꼭 한번 읽어봐야겠습니다. 제가 죽음이란 주제에 관심이 많아서...
    차가운 병실에서 홀로 죽음을 맞이하여 냉동되었다가 매장되거나 화장되는 일련의 프로세스가 정말 사람의 죽음을 규격화하는 것 같아 불편하더군요.
  • bonjo 2013/05/31 23:18 #

    행복한(?) 이별을 위한 실용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주 구체적인.
    그런데 소재가 소재이다보니 읽다보면 생각할게 많아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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