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예찬 - 다비드 르 브르통 / 김화영 역 ▪ Books


지난 가을부터 점심시간을 이용해 마실을 다니고 있습니다. 직장 업무환경이 의자에서 한번도 일어나지 않고도 가능한지라 억지로라도 좀 걸어야 하지 않겠는가 싶어 시작한 것인데, 이것이 인이 박히니 걷지 않으면 뭔가 허전하고 심심한 단계가 되었습니다. 걷는 것 자체가 너무 즐거워요.

처음에는 사무실 인근의 공원을 한바퀴 돌고 와도 꽤 많이 걸었다 싶은 느낌이었는데 조금씩 거리를 늘려 이제 시간으로 치면 한 시간 가량, 거리로 치면 5km 안팎을 걷습니다. 근육이 붙고 심폐기능이 좋아지며 체력적인 부담은 점점 줄어들고있습니다만, 아무래도 점심시간이라는 한계 때문에 시간이든 거리든 더 늘리는 것은 어렵죠. 다만 속도를 높여 같은 시간에 더 걸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만, 빠르게 걷다보니 의외로 건널목 등에서 기다리는 시간도 상당하다는 것을 깨닫고 있습니다.

이렇게 걸으며 매일매일 어디까지 다녀왔는지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리고 있습니다만, 그것을 지켜본 친구 하나가 이 책을 추천해줬습니다. 책을 소개하는 팟캐스트에서 듣고는 제 생각이 났다네요.

저자 다비드 르 브르통은 프랑스의 사회학자로, '몸body'을 주제로 인간과 사회를 연구하는 학자라고 합니다. 그런 연구로도 밥을 먹고 살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합니다만;;; 아무튼, 이 책도 동일하게, 기계화 자동화되며 간략한 절차와 빠른 스피드가 미덕이 되는 현대 사회에서 몸을 이용해 걷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가,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아름다고 귀한 행위인가 예찬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제주도의 올레길이나 올레길의 모티브가 되었던 산티아고 순례길도 걷기를 지양하는 현대 문명에 반대하는 몸부림이겠구나 싶어요.

많은 '걷는' 여행가들과 철학자들, 예술가들을 인용하며 그들의 걷기가 어떤 의미인지 짚어주는데, 제가 걸으며 느낀 점들과 일치하는 면도 있고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들도 있습니다. 특히 사무실 근처를 맴도는 저로서는 미지의 공간으로 여행하는 탐험가들의 도보는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죠. 시간 널널했던 젊은 시절엔 왜 그리 방에만 박혀있었을까 하는 후회와 아쉬움도 크고요.

책을 덮으면서 든 생각은, 도보에 대해 예찬을 하는 책을 읽는 것보다는 직접 걷는게 몇 배 더 즐겁다는 것. 아마 이것은 저자도 동의하리라 생각합니다. ㅎㅎ







덧글

  • CelloFan 2013/03/20 11:15 # 답글

    저도 이 책을 읽으면 결론은 형하고 비슷하게 날 것 같긴 하네요. 그나마 형은 걷기를 실천에 옮기고 계시네요. 저는 아침/저녁 출퇴근 집-동작역 걷는게 고작인듯 싶어요.
  • bonjo 2013/03/20 13:35 #

    반년 쯤 걸었더니 허벅지가 차두리처럼 됐어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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