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 철학 등 학문의 발전에 따라 기독교 발생 시기에는 논란이 되지 않았을 주제들이 새롭게 발생하고(무신론/유신론) 세월이 흐름에 따라 역사적 고증도 요구받게 되었지요. 적극적 무신론 진영/반기독교 진영에서는 이쪽에 대한 연구와 주장들이 왕성히 나오고 있고 그만큼의 반론과 변증이 기독교계에서도 나오고 있습니다만, 교회 내에서는 그런 부분들을 접하기 힘들다는 것.
종교라는 것이 어차피 빈틈없는 논리들을 앞세워도 그것을 개인적으로 받아들이느냐 거부하냐의 문제로 귀결되는 것이기 때문에 변증과 논리가 무슨 소용인가 라고 하는 한가한 종교인들도 존재하리라 생각합니다만, 그건 오산입니다. 예수와 바울이 살던 시대와는 달리 "받아들일 것이냐 말것이냐"의 대상이 되는 것 자체가 진짜냐 가짜냐 하는 논란 위에 서있는 형국이거든요.
최소한 예수는 실존인물인가. 예수는 확실히 죽었나. 죽은 사람이 부활했다는게 말이 되는가. 이런 것들이 기록된 성경자체는 믿을만한 텍스트인가. 하는 질문들에 대해 납득할만한 답을 내지 못한다면, 그걸 받아들일 것인가 거부할 것인가 하는 선택지를 내미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이 책은 반기독교 진영의 대표적인 공격 논리들에 대해 기독교 진영이 어떻게 답을 달고있는지 잘 보여주고있습니다. 성경을 뒤적이는 답답한 답이 아니라 고고학적 질문에 대해서는 고고학으로, 서지학적 질문에는 또 서지학적 답변을 성실하게 달고 있습니다. 권말에 실린 레퍼런스 목록을 보면 얼마나 많은 질문/의문들과 그에 대한 답변/변증이 오고갔는지, 한국 교회들은 저러한 질문과 답변들을 왜 가르치지 않았는지 놀라울 정도입니다.
물론 모든 질문들에 대한 답이 있는 것은 아니죠. 질문/공격은 새롭게 나오고 있고 변론/변증도 마찬가지일테니까요. 다만 이런 종류의 책이 도움이 되는 것은 정답지를 참고하는 것 이상으로 '납득할만한 답이 충분히 존재한다'는 패턴을 읽을 수 있다는 점이라 생각합니다. 기독교라는 것이 그리 허술하지 않구나. 하는.
아쉬운 점은 책의 방식이 소설 형식이라는 점입니다. 기독교 가정에서 자라온 주인공이 대학에 진학하면서 반기독교 질문들에 답을 찾지 못해 회의론자/불가지론자가 되었다가 똘똘한 기독교인 강사를 만나 답들을 발견하게 되고 다시 기독교인으로 돌아오는 과정을 통해 양 진영의 질문과 대답이 나열되는 형식입니다. 상당히 학문적이고 날카롭고 깊이있는 주제들이 청춘드라마같은 형식의 이야기 틀에 담겨있다는 것이 좀 어색하고 그래요. 너무 가볍게 다뤄진 것이 아닌가 싶은.
일단 비슷한 질문들을 접하게 된 기독교인들이나 질문들에 답을 찾지 못해 교회를 떠난 사람들이 읽어보면 좋을 듯한 책이고, 예수가 실존했나? 류의 유행에 뒤떨어진 질문을 던지는 반기독교인들도 질문지를 업데이트할 수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덧글
lewislee 2012/10/22 20:03 # 삭제 답글
그런데 혹시 bonjo님께서 추천해주실만한 무신론 책이 있으신가요? 저같이 기억도 안나는 어린 시절부터 교회 테두리 안에서 자라온 사람들은 무신론이라는 입장에서 사고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전혀 모르니까요, 적어도 무신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어떤 입장에서 그렇게 말하는 것인지, 그들을 이해하려 하지도 않고 변증 책만 찾아보려고 하는 제 모양새가 어떨 때는 우습기도 하더라구요. 그런데 제대로 된 무신론 개론서(?)가 무엇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읽었다가 전도(?)당할 위험성을 안고서라도 언젠가는 꼭 이뤄야 할 작업이라고 느껴지네요. ^^;
bonjo 2012/10/22 2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