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핏 보니 마라톤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것이 '달리는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떠올라버리는 불안감에 잠시 사로잡히기도 했습니다만, 아무튼. 읽다 보니 다르네요.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싶은 이야기]에서 하루키는 달리기를 주제로, 혹은 소재로, 순전히 달리기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진행합니다. 그런데 김연수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달리기가 '예'로 등장하는 식이예요. 가끔 어느 꼭지에서는 달리기가 안나오기도 하고요.
김연수의 글들에서 느꼈던, 그리 심하게 열심히 하지 않는, 그러나 성실한, 묘한 균형감이 본격적으로 다뤄지고있습니다. 편하면서 벅차고, 느긋함과 적당한 긴장감이 김연수의 느릿한 달리기처럼 책 한권을 따듯하게 채우고 있습니다.
책도 큰 편이 아니고 폰트도 큼직하고 페이지도 300 페이지가 채 되지 않습니다만 내용만은 42.195km 풀코스입니다.
왠지 힘주어 강추! 하면 이 책에 대한 예의가 아닐 것같기도 하네요. ㅎㅎㅎ
"내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건 지지 않는다는 말이 반드시 이긴다는 걸 뜻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깨달음이었다. 지지 않는다는 건 결승점까지 가면 내게 환호를 보낼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안다는 뜻이다. 아무도 이기지 않았건만, 나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았다. 그 깨달음이 내 인생을 바꿨다."
덧글
gershom 2012/09/04 21:35 # 답글
곧 읽어보겠습니다. ^^;;
bonjo 2012/09/05 09: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