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 이후 - 스티븐 제이 굴드 / 홍욱희, 홍동선 역 ▪ Books

한국에서는 진화론 하면 떠오르는 이름이 반기독교의 아이콘인 리처트 도킨스이죠. 그건 아마도 진화론의 대표라서라기보다는 반기독교의 대표격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진화론 관련 서적으로 가장 유명한 책들이 리처드 도킨스의 책들이라 저도 그의 책들부터 집어들었으니까요.

최근에 다른 책들도 좀 읽어보자 생각하던 차에 눈에 들어온 이름이 바로 스티븐 제이 굴드입니다. 특히나 관심이 간 부분은 진화론 분야에서 리처드 도킨스와 대립되는 학설을 주장하는 사람이라는 점. 되짚어보니 도킨스의 책 내용중에 굴드의 주장에 대해 반박하는 부분이 있던 것으로 기억이 됩니다.

굴드 이양반이 유명한 이유는 독보적인 학설의 태두라서라기보다는 일반 대중들이 읽기 좋은 형태로 과학을 잘 풀이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쪽의 저작도 방대하고요. 그래서 일단 가볍게 읽어볼 요량으로 선택한 것이 이 책 [다윈 이후]입니다. 월간지에 연재하던 에세이들을 모은 에세이집이라는 소개가 있어서 말이죠.

그래도 제목이 [다윈 이후]인지라 진화론에 대해 이야기를 하겠거니 했는데, 이야기의 폭이 좀 더 넓습니다. 진화론과 관련된 고고학이나 지질학에 대해서도 다루고 사회학이나 과학과 관련된 정치 사회문제에 대해서도 다룹니다. 의도와는 살짝 벗어나버린 독서이지만 그래서 더 좋았다.는 결론이 나올만한 좋은 책이예요.

책을 읽으며 가슴에 와 닿은 부분은 저자의 과학자로서의 겸손한 태도인데, 도킨스가 과학이야말로 인간의 비이성과 비합리를 날려버릴 유일한 방법이라는 듯한 태도-반기독교적 태도 때문에 이렇게 보인다고 생각합니다-를 보이는 것과는 달리 스티븐 제이 굴드는 과학의 불완전성, 과학의 한계, 과학의 실패한 사례에 대해 가감없이 이야기하고있습니다. 과학자들이 비합리적으로 지금은 옳다고 인정되는 학설을 거부했던 학계 내의 사례들은 물론, 심지어는 식민지정책에 대해 반대파는 기독교적 윤리로 반대했고 찬성파는 과학적 논리를 부여했다는, 일반적인 역사적 주장들과는 정 반대의 이야기까지 하고 있습니다. 유전학적 결정론으로 인종, 범죄자 등에 대한 각종 차별정책에 부역한 과학자들의 사례들은 여러차례 반복해서 다루고 있습니다.

오랜 기간 반박/수정되고 체택된 최종 결과물만을 접하는 일반인들로서는 과학의 불안정하고 불완전한 과정보다는 완전에 가까운 결론에 신뢰를 던지며 '과학은 완전한 것'이라는 또 다른 형태의 종교를 갖게 되는 경향이 큽니다. 특히나 이 부분은 종교의 비합리성을 공격하는 과학자 도킨스의 영향이 큰데, 과학과 인간의 이성이 또다른 종교가 되어버리는 함정이 존재하죠. 스티븐 제이 굴드의 겸손함은 과학의 빈 부분을 수용하고 그 태도로 오히려 과학을 더욱 완전하게 만드는 힘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도킨스를 두 권 이상 읽으신 분들은 이 책으로 해장 or 해독하시기를 권합니다.







덧글

  • shouts 2012/08/12 19:57 # 답글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를 읽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라는 비슷한 관점의 책도 읽고 있고요. '다윈 이후'로 해장하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좀 이해가 될 듯 하네요. 굴드의 책도 나중에 읽어 봐야겠어요. 잘 읽고 갑니다.
  • bonjo 2012/08/12 23:57 #

    감사합니다. ^^
  • shouts 2012/08/18 10:31 # 답글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에도 굴드의 이야기가 자주 나오는데 굴드 역시 진화론자인 것 같습니다. 도킨스에 대립되는 굴드의 학설이라는 게.. '자연선택설'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도킨스(진화론자) vs 굴드(비진화론자)의 의미에서 '해장'이라는 의미를 이해했던 건데..제가 오해한듯;; ㅋ
  • bonjo 2012/08/20 00:04 #

    아, 굴드도 대표적인 진화론자입니다. ^^;;;
    도킨스와 대립되는 부분은, 도킨스는 진화가 전 시대에 걸쳐 고르게 진행되었다고 주장하고 굴드는 특정 시대에 폭발적으로 진화가 진행되고 지금은 안정기라고 주장합니다.(단속평형설)
    그리고 굴드는 과학의 한계를 인정하며 종교와의 충돌을 지양하는 편이라 이 부분에서 도킨스와 맥락이 또 다르죠. 굴드가 종교를 논박하는 부분은 '비합리적인 부분'에 한정되고 과학이 건드릴 수 없는 종교 고유의 부분이 있다고 인정합니다.

    제가 '굴드로 해장'을 말씀드린 것은 도킨스의 문장들에 심취하여 도킨스와 과학을 종교로 삼아버리는 경향을 종종 보았기 때문에 과학과 종교의 관계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기회를 가질 필요가 있지 않겠냐는 의미였습니다. ^^;;

  • shouts 2012/08/20 08:29 # 답글

    그렇군요. 설명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궁금한 게 있으면 여쭤보겠습니다. ^^;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