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농장 - 조지 오웰 / 최희섭 역 ▪ Books

몇 달 전 아내가 인터넷 쇼핑몰에서 떨이로 구입한 팽귄클래식 전집. 중에서 처음으로 한 권을 골라 집었습니다. 처음 책을 책꽂이에 꽂아놨을 때는 읽을 것이 참 많다. 안먹어도 배부르다. 싶었는데, 막상 100권이 넘는 목록에서 한 권을 고르자니 쉬운 일이 아니군요. 일단 전부터 읽고 싶었고 얇은 편에 속하는 이 책을 골랐습니다.

조지 오웰이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를만한 것이 이 [동물농장]과 [1984]일텐데 이 책들은 읽을 기회가 없었고 엉뚱하게도 [위건부두로 가는 길]과 [카탈로니아 찬가]를 먼저 접했죠. 지금 생각해보면 먼저 읽게 된 이 책들로 조지 오웰의 사상적 배경을 알게 된 것이 [동물농장]의 저작관점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조지 오웰은 시회주의자이며 [카탈로니아 찬가]의 배경이 된 스페인 내전에 참여하게 된 것도 '공화정'의 지지자로서라기보다는 '사회주의자'로서 참전한 면이 강하죠. 사실 조지 오웰이 이데올로기 지향적이라기보다는 '약자'를 위해 사회주의를 지지하는 것을 볼 때 참전 의도를 타인이 규정하는 것이 좀 거시기하긴 하지만 말입니다.

동물농장은 흔히 알려져있듯 러시아 공산혁명 이후 스탈린이 트로츠키파를 축출하고 권력을 장악해가는 과정을 우화로 표현한 것입니다. 이 부분은 명확하죠. 역사의 한자락을 정확한 맥락에서 짚어간 이 책이 고전으로 자리잡고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의미가 있는 것은 역사로부터 현재를 배울 수 있다는 점일것입니다.

돼지 나폴레옹이 권력을 탐해 거짓말을 하고 폭력으로 공포를 조장하며 반대파에 거짓 죄명을 뒤집어씌워 축출하고 자기 마음대로 법을 바꾸어가는 과정은 21세기의 권력 행태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뻔한 거짓 선전에 속아넘어가버리는 동물들을 보며 혀를 차게 되면서도 그것이 우리네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죠. 거의 매일 반복되는 정치검찰의 엉터리 발표, 입에 발린 정치인들의 거짓말, 국외 상황을 이용한 공포 조장 등 스탈린이 지배하는 소련과 21세기 대한민국이 차이가 있다면 정도의 차이 뿐입니다.

책의 내용보다 흥미로운 부분은 권말에 실린 '서문'인데, 이것이 소설 발표시에는 책에 실리지 않았던 부분이라고 합니다. 후에 원고가 발견되어 '서문'이라는 제목과는 반대로 권말에 실려있네요. 내용은 [동물농장]의 출판 과정에 얽힌 이야기인데 전쟁 중-전쟁 직후 기간동안 이 책이 출판되기 어려웠던 상황에 대해, 영국 지식인들의 태도에 대해 성토하고있습니다. 스탈린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침묵하고 침묵하게 한다는 것이죠. 처칠은 욕할 수 있지만 동맹국 지도자 스탈린의 심기를 건드릴 수 없다는 것은 정치적인 입장일수도 있지만 그것을 넘어서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 부분도 우리의 현실과 싫도록 닮아있죠.

고전을 읽으면 현재가 보인다는 단순한 문구가 더 명쾌해지는 독서였습니다.







덧글

  • 여름 2012/05/22 22:17 # 답글

    일단 펭귄북스라니 많이 땡기네요.
    동물농장은 명쾌한 비유적 글쓰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유를 하고 꼬아데기 시작하면 정작 비약 또는 논지가 흐려지기 쉬울텐데 끝까지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것이 정말 훌륭하다고 느꼈었죠.
  • bonjo 2012/05/22 22:53 #

    [카탈로니아 찬가]와 [위건부두로 가는 길]을 떠올려보면 이양반 성품이 워낙 그런 것같습니다.
    단순하고 명쾌하고 정직하고. ^^
  • gershom 2012/05/23 14:33 # 답글

    오웰에 대한 호감도 호감이지만 북커버 예술이군요..
    싸게 판매하는 걸 알았다면 저도 낼롬 했을텐데.. 라는 생각과
    한편으론 그런 정보 알지 못해서 다행이다.. 라는 생각이 겹칩니다.

    집에 더이상 책 놓을곳도 없고 해서 요즘은 책 구입을 좀 미루고 있는데
    충무로 사무실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영풍이라 한 두권씩은 꾸준히 사게 되네요.
  • bonjo 2012/05/23 15:35 #

    커버 이쁘죠? 오리지날 팽귄문고 커버를 그대로 쓴 듯한데 대체적으로 고급스럽고 이쁩니다.
    동물농장 커버는 그 중에서 제법 파격적(?)인 디자인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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