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비 - 에일린 크로스만 / 최태희 역 ▪ Books

20세기 초 중국 남서부 미얀마와의 접경지에서 선교사로 살았던 제임스 O.프레이져의 전기입니다. 전기라고 해도 어린시절부터 주욱 나와있는 것은 아니고 대학을 마치고 선교사로 진로를 결정하는 과정부터 그려집니다.

20세기 초라면 중국이란 나라가 서구쪽과 교류가 활발했던 시절이 아니었지만 미얀마 접경지대는 험준한 산악지대로 그야말로 오지인데다 딱히 돈될만한 것도 없는 지역이라 더더욱 서구 문명과는 거리가 먼 지역입니다. 제임스 프레이져는 22세에 이 지역으로 들어가 중국 내에서도 소수민족인 리수족과 함께 살며 선교활동을 합니다. 말년에는 본부사역 쪽에 몸담기도 합니다만 거의 전 인생을 이 리수족에게 바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프레이져는 리수족 언어에 맞는 문자를 만들고 리수족 언어로 성경을 번역했습니다.

기독교인이지만 이런류의 책은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제국주의의 첨병 역할을 했던 초기 선교사역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도 있고, 기적적 부흥이나 과장된 감정의 표현같은 광적인 분위기에 대한 거부감이랄까요. 그럼에도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어느 선교사의 추천 때문입니다. 그 선교사의 설교가 무척이나 담백하고 과장이 없어 저런 분이 추천하는 책이라면 분위기가 비슷하겠지 하는 생각에서였는데 딱 맞았네요.

저자 에일린 크로스만은 제임스 O.프레이져의 둘째 딸이라는데 아버지의 생애에 대해 놀라울 정도로 객관적으로 담담히 써내려가고있습니다. 책의 많은 부분이 제임스 프레이져가 후원자나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들을 인용하고있는데 제임스 O.프레이져 본인 자체가 전혀 호들갑스럽거나 과장되지 않은 성품의 신앙인입니다. 그렇기에 딱부러진 성과가 없는데도 20년 세월을 그 오지에서 외롭게 지낼 수 있었던 것이겠고요.

사람들을 만나러 며칠을 걷고 그들을 만나서 이야기하고 그들과 함께 먹고 자고 또 다른 마을로 며칠을 걷고 또 사람을 만나 이야기하고 그들과 함께 지내고...이것이 20년간 반복되어 외부에서 볼 때에는 성과없는 선교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 가운데서 자생에 가까운 교회가 생겨나고 전쟁과 중국 정부의 종교 탄압을 거친 후에도 단단하게 교회가 유지되고있습니다.

프레이져의 일생에 갈등이 있다면 외부와의 갈등보다는 내면의 자기자신과의 갈등이 크게 묘사되고 있습니다. 물론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위험한 순간들도 묘사되고있지만 그런 순간에 프레이져 본인은 오히려 담담하고 자기 내면의 외로움이나 피로와의 싸움이 더욱 처절합니다.

큰 소리로 외치지 않고 호들갑스럽지 않으며 자신의 모든 소유를 당나귀 한마리에 실을 수 있는 담백한, 며칠씩 혼자 걸어도 지치지 않고 신과 사람들을 향한 사랑과 열심으로 살아가는 잠잠하지만 단단한 삶. 외형에 치중하고 본질을 잊고 사는 한국 기독교인들에게 귀감이 될만한 삶의 모본이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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