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우루공화국의 비극 - 뤽 폴리에 / 안수연 역 ▪ Books

표지에 적힌 '자본주의 문명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를 어떻게 파괴했나'라는 문장에 홀려 구입한 책입니다. 내용은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차이가 있네요. 외부 세력에 의해 파괴되었다기보다는 자본주의라는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한 순진한 신흥국의 흥망 스토리랄까요.

나우루 공화국은 태평양 한복판에 덩그마니 떨어져있는 섬나라입니다. 너무나 작고 너무 외딴 섬이라 주변의 다른 섬들에 비해서 외부와의 접촉이 매우 늦었지요. 그렇게 아무도 관심갖지 않던 섬이 주목받게 된 것은 비료의 재료인 인산염 광맥 때문입니다. 태평양을 건너다 쉬어가는 바닷새들의 똥과 뼈가 쌓여 인산염이 생성되는데 나우루 선 전체가 인삼염 덩어리였던 것이지요.

소유 개념이 없던 개발 초기에는 아주 적은 댓가만을 받고 외부의 사업가들의 배만 불려주고 2차 세계대전 때는 강대국들에게 돌아가며 괴롭힘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1970년이 되어서야 토지/광맥 소유권을 주장하며 정당한 수익을 얻기 시작합니다. 이후로 엄청난 부가 섬에 축적되기 시작하는데 이것이 비극의 시작인것이죠.

20년만에 광맥이 바닥을 드러내고 그간 넘처나는 돈으로 외부에 투자했던 자본들은 일부는 실패하고 일부는 사기를 당하는 등 나우루 공화국은 엄청난 부자나라에서 최빈국으로 추락하게됩니다. 추락하는 과정에서 나우루 정부는 자국 영토를 세계 각국의 검은 돈을 세탁해주기도 하고 호주로 망명하려는 난민들의 임시 수용소로 땅을 임대해주기도 합니다.

9.11 사태 이후로 테러조직의 자금세탁장소로 나우루가 지목을 받아 미국의 압력으로 돈세탁 사업도 끝이나고 난민 수용소 사업도 저자가 방문했을 당시 수용된 난민이 두 명 뿐인 상황. 책이 씌여진 상황에서 나우루공화국은 부자 나라들의 원조로 간신히 살아남는 수준입니다.

20년간의 짧은 부의 경험 이후 잃은 것은 부 뿐만이 아닙니다. 아름다왔던 섬은 전지역에서의 인산염 채굴로 폐허가 되어버렸고 9000명 가량의 국민들 중 많은 수가 비만과 당뇨에 시달리고, 무엇보다도 국민들은 일하는 법을 잊어버려 재기가 쉽지 않을 것을 예견하게 합니다.

저자는 나우루공화국의 모델이 몇몇 중동의 산유국들의 모습에서 동일하게 발견된다고 경고합니다. 땅에서 퍼올린 돈으로 국민들 모두가 일하지 않고도 부유하게 되고 무분별하게 부동산과 금융상품에 투자되고있는 모습이 복사판이라는 거죠. 나우루공화국이 무척 이른 20년만에 바닥을 드러냈을 뿐 결과는 비슷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책의 뒷부분에는 새로운 광산 개발업자가 '나우루에는 인삼연이 아직 많다'며 2차 개발을 시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일이 어떻게 진행되고있는지는 모르겠네요. 이 책이 씌여진 것이 2008년이니 지금쯤이면 뭔가 답이 나왔을텐데말이죠.

관리능력을 벗어난 부는 저주나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상기시켜주는, 자본주의 시스템의 냉혹함을 보여주는 독서였네요.

이 책을 사고 바로 다음날 아내가 아이들 읽을 책을 몇 권 구입했는데 그 중 한 권이 우연히도 [앨버트로스의 똥으로 만든 나라]. 일본인 저자가 쓴 나우루공화국에 관한 이야기네요. 쭉 훓어보니 전문적인 르포로서는 [나우루공화국의 비극]쪽이 현장감 넘치고 좋지만 [앨버트로스의 똥으로 만든 나라] 쪽이 훨씬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쉽게 씌여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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