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되는 꿈 - 박지윤 / 2012 ▪ CDs

하늘하늘한 원피스를 입고 폴짝폴짝 뛰며 티없이 맑은 미소같은 노래를 부르던 그녀가 성인식을 거치며 더이상 박지윤이 아닌 여자 박진영화 되더니 여성으로서는 그 이상 치욕스러울 수 있을까 싶은 루머와 함께 세월 속으로 스물스물 사라져버렸더랬죠. 마지막 앨범이 2003년이었는데 무슨 곡을 불렀었는지조차 기억이 안납니다.

2009년에 6년만의 7집 앨범으로 돌아왔을 때 저는 그저 "흠. 변신시도?" 정도로 넘겨짚고 별 관심을 갖지 않았는데요, 이번 앨범에 크게 한방 먹었습니다. 별 기대감 없이 플레이버튼을 누르고 다른짓을 하고있는데 분위기가 많이 낯이 익습니다. 목소리 탓인가 생각을 해봤는데 틀림없이 그것 때문만은 아니고 제가 무척 좋아하는 무엇과 닮았어요. 바로 이소라.

이소라의 음악을 들을 때마다 바람이 부는 언덕 위에 서 있는 기분이 드는데, 박지윤의 음악이 동일한 심상을 느끼게 해줍니다. 표정이 또렷하지 않은 편에 속하는 음색의 목소리이지만 그 톤 속에 슬픔, 기쁨, 평안, 우울 등 다양한 표정들이 실려 불어옵니다
슬픔을 다 보여주지 않아서 더 슬프고, 빈 자리를 많이 남겨둔 편곡에 공허함이 더 크게 느껴집니다. 어쿠스틱 악기들을 주로 사용하고 스트링의 경우 멜로트론을 연상케하는 몽환적인 분위기로 믹싱되어있어 분위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줍니다.

열 한 곡 중 여덟 곡의 가사를 박지윤이 썼고 직접 작곡한 곡이 여섯 곡이나 됩니다. 프로듀싱도 본인이 직접 했고요. 앨범 제작도 아예 자기 회사(parkjiyoon creative)를 만들어 운영을 하는군요. 배급만 소니.

듣다 보니 이소라와 비슷해 이소라의 앨범을 꺼내들었다면 박지윤은 이소라의 복제 이상이 되지 못했다는 이야기겠지만 이소라를 닯은 박지윤을 다시 플레이하게 만듭니다. 애초에 그녀가 가짜였다면 이런 식으로 돌아오지도 않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건 진짜예요. 아주 먼 길을 돌아 다시 찾아온 박지윤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나무가 되는 꿈





덧글

  • 챔버 2012/03/15 22:51 # 답글

    요즘 살 좀 뺄려고 알바하는 연희동까지 응암동에서부터 걸어댕기는데요,
    언덕이 꽤 많은 출퇴근 길이다보니,
    찬찬히 위로 걸어 올라서면 조용조용 언덕 위로 바람이 아침저녁으로 붑니다.. :)

    박지윤 앨범 들으면서 언덕 바람을 맞으니, 공감각적 조화를 만끽하는 출퇴근길이예용.
  • bonjo 2012/03/16 00:53 #

    저도 며칠전 늦게 퇴근해서 평소엔 버스 타고 내려오는 언덕 구간을 걸으며 들었는데
    정말 기분 좋더군요. ^^
  • 본조친구 2012/03/15 23:07 # 삭제 답글

    맞아, 이건 진짜야.
    난 이 앨범으로 박지윤이 진짜 뮤지션이 되었다 생각해.
    스스로에게 꾸밈이 없는 뮤지션..
  • bonjo 2012/03/16 00:50 #

    박지윤 공연하면 보러 가자~
  • 몽몽이 2012/03/16 23:05 # 답글

    이 곡 듣고 느낀건데... 박지윤과 이상은이 공동으로 앨범 만들면 정말 좋겠습니다.
  • bonjo 2012/03/17 14:13 #

    이상은 앨범은 '어기여디어라' 수록된 한 장 밖에 들어보질 못해 떠오르질 않았네요. ^^;
  • Django 2012/03/18 01:51 # 삭제 답글

    "달빛의 노래"는 요즘도 자주 애청하는 곡입니다~
    박지윤 무지 좋아요~ 왜냐구요? 당연히 '예뻐서'요 !!! ㅋㅋㅋㅋㅋㅋㅋㅋ
  • bonjo 2012/03/18 19:55 #

    ㅎㅎㅎ 맞아요 박지윤 이뻐서 더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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