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Little Ain't Enough - David Lee Roth / 1991 ▪ CDs

Steve Vai와 Billy Sheehan이라는 두 변태(?) 연주자들을 앞장세워 은근히 Van Halen과의 경쟁구도를 조장했던 David Lee Roth의 세번째 솔로앨범입니다. Billy Sheehan은 2집 [Skyscraper](1988) 레코딩 후 탈퇴했고 (아마도 Mr. Big 결성을 위해?) Steve Vai는 2집 투어를 마친 후 솔로 앨범 작업과 Whitesnake 합류를 위해 밴드를 떠납니다.

Steve Vai의 후임으로 발탁된 기타리스트는 Marty Friedman의 Cacophony 앨범에서 미친듯한 연주로 이름을 알린 어린 연주자 Jason Becker 였습니다. 팬들은 Steve Vai의 후임인만큼 Jason 또한 신들린 연주를 들려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만 의외로 기타 연주는 얌전합니다. Steve Vai의 그림자와, Cacophony에서의 Jason Becker의 이미지가 팬들의 뇌리에 너무 강했던 탓이죠.

이 앨범은 전형적인 락앤롤 기반의 보컬앨범으로 보는 편이 이해가 편합니다. 밴드맨들은 그저 밴드맨일 뿐이고 그나마 테크니컬한 연주로 이름 높은 Jason Becker에게 움직일 공간을 조금 더 주었다. 정도. 첫인상은, 기타는 어디간거지? 이지만 귀를 기울여 좁은 공간에서 움직이는 기타를 들어보면 명불허전. Jason의 기타가 빛을 발합니다.

'It's Showtime'같은 곡에서는 Jason Becker다운 테크니컬한 연주를 노골적으로 들려주기도 합니다만 앨범 전체적으로 볼 때에는 Cacophony나 솔로앨범에서 들려준 빠르고 화려한 연음들은 듣기 힘듭니다. 오히려 소극적이고 느리더라도 한 음 한 음 살아 움직이는 생동감 넘치는 연주죠. 느리고 블루지한 음들과 다양한 톤의 연주를 듣다보면 이양반이 몹쓸 병에 걸리지 않았다면 지금 어떤 연주를 들려줄까 너무나 궁금해집니다.

Jason Becker는 작곡에는 거의 참여하지 않고있고 Steve Hunter라는 다른 기타리스트의 이름이 위키 자료의 작곡 리스트에 올라가있을 것을 볼 때 작곡 과정이 완료되고 레코딩 시점에서 합류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을 것같습니다.

미디어가 LP에서 CD로 넘어가던 시절 LP로 구입한 후 몇 번 듣지 못하고 묵혀두었던 음반들이 여러 장 있는데, 그 중 한 장입니다. 최근 중고 CD를 싼 가격에 구입하게 되어  놀라운 재능의 젊은 거장이 잠시 흥겹게 놀다 간 자리의 흔적을 제대로 감상을 했네요.

처음 그의 DLR 가입 소식을 들었을 때엔 Steve Vai의 곡들을 Jason Becker가 어떻게 연주해낼지도 은근 기대가 되기도 했는데, 앨범 녹음 직후 루게릭병 판정을 받고 지금까지 투병중입니다. 온 몸의 근육이 퇴화/경화되며 서서히 생명이 사그라드는 불치병으로 알고있습니다.




It's Showtime





덧글

  • 젊은미소 2012/01/26 13:52 # 답글

    개인적으로는 2009년의 재발견 음반들에 포함시켰을 정도로 좋게 들었던 음반입니다. 저도 캐코포니 시절부터 제이슨 베커의 팬이었던지라 아무래도 기타가 좀 날아다니는 It's Showtime!이 제일 귀에 들어오더군요. ^^
  • bonjo 2012/01/26 14:04 #

    안그래도 젊은미소 님의 글 보고 언제 다시 한번 들어봐야지 벼르고 있다가 이번에 구한겁니다. ^^
  • focus 2012/01/27 14:23 # 답글

    David Lee Roth 도 파트너 하나는 기가 막히지요..
  • bonjo 2012/01/27 16:49 #

    이름값만 흔들어도 같이 하자고 덤비는 연주자들이 많았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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