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t Metheny 내한공연 관람기 20120113 ▪ etc.

한국 무대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Pat Metheny. 작년 서울 재즈 페스티발때 내한하고 반년만에 다시 온 것이랍니다. 너무(?) 자주 오는 편이라 한번쯤 슬쩍 건너 뛰어도 금방 다시 올것이 예상되는 양반입니다만 얼마전부터 공연 하나 같이 보자고 친구와 약속을 해놓은 터라 예매를 했습니다.

공연소식 직전에 발매한 앨범이 [What's It All About]. 어쿠스틱 솔로 앨범이었습니다. 게다가 공연이 베이시스트와 듀엣 공연으로 잡여있는 터라 당연히 [What's It All About] 공연일 줄 알았지요. 그런데 이게 왠걸. 공연장을 들어서는데 무대 셋팅이 예사롭지가 않습니다. 뭔가 무쟈게 많이 올려져있어요. 상당히 의심스러운 검은 벽까지.

첫곡부터 어쿠스틱이 아닌 일렉 기타를 들고 Brad Mehldau와의 협연 앨범의 곡을 연주합니다. 이번 공연에 참여한 베이시스트가 Mehldau 밴드의 맴버거든요. 그리곤 [Offramp]의 인기곡 "James". 본격적인 Jazz 앨범 [Trio 99-00]의 "Soul Cowboy". [Secret Story]의 "Always And Forever". 말하자면 본격적인 Jazz Tune과 멜로디 위주의 인기곡을 번갈아가며 들려주었습니다. 한곡 한곡 나올 때마다 기가 막히더군요. 으잉? 으잉? 하며 말이죠. 다양한 분위기의 곡들을 둘이서 소화해내는 역량도 참 대단하고요.

그러다가 갑자기 기타로 이상한 짓(?)을 시작하더니 스텝들이 나와서 무대 뒷편의 장막을 걷어내는데! 세상에나 오케스트리온 업그래이드 버전을 동반했더군요. 세트 규모는 작아졌는데 악기 배치 밀도가 무척 높아졌어요. 사전 미디 입력 없이 그자리에서 모든 악기를 입력하고 정신없이 페달로 조절을 하며 기타 신디 연주를 들려주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한국 무대 특별 서비스로 보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기타리스트 Jack Lee와 해금 연주자를 소개하고 아리랑을 Pat Metheny 스타일로 편곡해 들려주었습니다. 아리랑이라는 익숙한 곡이 완전히 Pat Metheny화 될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놀랍더군요

공연을 마치고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Pat Metheny는 Jazz 연주자라고 정의하기보다는 그냥 "Pat Metheny의 음악"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당하겠다고 하더군요. 재즈를 본격적으로 듣는 사람들에게는 흡족하지 않은 음악을 들려주기도 하고, 재즈를 전혀 듣지 않는 사람들도 Pat Metheny만은 듣게 만드는 묘한 그의 음악은 정말로 Pat Metheny만의 음악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솔로 기타, 듀엣, 트리오, 쿼텟, 퓨젼스타일 밴드, 오케스트라, 로봇까지. 워낙 다양한 포멧의 음악 작업을 해온 Pat Metheny이지만, 이번 공연을 통해 "포멧이 다르면 뭐 어떻다고. 어쨌든 다 내 음악인걸. 들어볼래?" 라고 말을 하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예상을 완전히 벗어나 한곡 한곡 시작될 때마다 즐거운 공연이었고, 정말 대단한 아티스트의 정말 대단한 공연이었습니다.

새 앨범 공연이라 생각하고 스킵하신 분들은 배 좀 아프실 듯...-.-;;;



Travels





덧글

  • 나그네 2012/01/14 09:14 # 삭제 답글

    안녕하세요.. 글 잘 보았습니다. 펫 메쓰니의 공연을 처음으로 본 제겐 진짜 신세계 상상초월의 공연이었습니다. 혹시 가능하시면 셋 리스트 좀 알 수 있을까요? 앞에 했던 곡들은 펫 메쓰니가 설명이라도 해줬는데 뒤에 곡들은 그런 것도 거의 없어서
    가능하시면 셋 리스트 좀 알고 싶어요!
  • bonjo 2012/01/14 10:16 #

    코멘트 없이 연주한 곡이 피카소 기타 연주, 오케스트리온 연주, 그리고 앵콜곡 세 개였죠? 앵콜곡은 travels로 확실한데 나머지두 곡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최근 피카소기타로 연주하는 곡이 멜다우와 협연한 앨범의 수록곡인 the sound of water라는데 원곡을 들어봐도 모르겠네요. -.-;;; 오케스트리온 곡도 원 레코딩이 없는 무대용 임프로바이즈가 아닐까 싶습니다.
  • 본조친구 2012/01/14 11:49 # 삭제

    이번 공연의 셋리스트는..

    [Metheny/Mehldau]의 'Unrequited'
    [Offramp]의 'James'
    [Trio 99-00]의 'Soul Cowboy'
    [Secret Story]의 'Always And Forever'
    [Question & Answer]의 'Question & Answer'
    [Metheny/Mehldau]의 'Find Me in Your Dreams'
    [Travels]의 'Farmer's Trust'
    피카소기타 즉흥연주
    오케스트리온 즉흥연주
    잭 리/강은일과 함께한 '아리랑'

    등이었던 걸로 기억됩니다..
  • bonjo 2012/01/14 12:14 #

    옹 본조친구? 태희냐?
    Farmer's trust도 있었구나. 그건 왜 기억이 전혀 안나지. -.-;;;
  • 본조친구 2012/01/15 00:02 # 삭제

    엇 난줄 어케 알았지?ㅋㅋ
    뭣보다 왓츠잇올어바웃 공연이 아니라서 너무 기뻤음
    암튼 레파토리 좋고, 멋진 공연이었쓰..
    담에 브아걸 공연하면 또 같이 보러가자ㅎㅎ
  • bonjo 2012/01/15 01:14 #

    브아걸 공연을 우리가 가면 브아걸이 불쾌해하지 않을까...-.-;;;
  • James 2012/01/14 09:40 # 답글

    한 인터뷰에서 기대하라고 하더니 정말 멋진 무대를 선보였군요!
    전 최근 어쿼스틱 앨범 소식도 몰랐는데 정보 감사합니다. 언젠가 저도 볼 수 있는 날이 오겠죠.

    전 브래드 멀다우와 같이 한 앨범을 제일 많이 듣습니다 ^^;
  • bonjo 2012/01/14 10:24 #


    멜다우 협연앨범을 즐겨 들으시면 이번 공연이 무척 즐거우셨을텐데요! 멜다우 협연 중에서 세 곡이나 연주했으니까요. 같이 간 친구도 본격적으로 재즈를 듣는 친구라 저와는 취향이 갈리는 편인데 두 명 모두에게 아주 만족스런 공연이었습니다. 레파토리가 아주 근사했어요.
    워낙 자주 오는 양반이라 기회는 많으니 다음엔 꼭 관람 하시길 바랍니다. 저도 자주 오니까. 하며 미루다가 뒤늦게 가보기 시작한터라 그동안 왜 안가봤을까 후회가 될 정도입니다. ^^;;
  • 베뤼 2012/01/14 10:40 # 답글

    어제 공연다녀오셨군요^^; 저도 어제 그자리에 있었는데 이글루에서 만나기 반갑네요~
    피카소기타라고 하나요? sound of silence 곡에서 연주했던 악기. 저는 3층이라서 악기가 어떻게 생겼는지 잘 안보이더라구요 ㅠ 손으로 막 훑던데...기타에 뭔가를 붙인건가요? ㅎㅎ 암튼 어젠 대박이었다는...아, 마지막곡이 Travels 라는 곡이군요~감사합니다^^
  • 베뤼 2012/01/14 10:40 #

    아, 트랙백하고 갑니다^^
  • bonjo 2012/01/14 10:57 #

    피카소기타가 기타 바디에 하프를 갖다 붙인 식입니다. 제가 세어보진 않았지만;; 줄이 모두 42개라네요. ㅎㅎ 구글 검색해보시면 자세한 악기 사진과 연주 동영상들이 많을겁다. Travels는 정규음반에는 없고 라이브앨범 [Travels]에만 수록된 곡입니다. 저도 곡명이 생각이 안나서 팻 메시니음반을 다 뒤졌네요. -.-;;;
  • 베뤼 2012/01/14 11:01 #

    아...기타 몸체에 하프를 붙인거였군요. 어제 오페라글라스가 없어서 어떻게 생겨먹은 악기인지 보려고 애쓰다가 눈만 피로해졌네요 ㅋㅋ 어제 3층을 경험해보고나서 자리 선호도가 조금은 정해진듯해요. 2층발코니 앞자리>1층앞부분>3층앞부분>넘사벽>>>>>>왼쪽오른쪽 사이드 ㅋㅋㅋ
  • bonjo 2012/01/14 12:29 #

    저번 오케스트리온 공연 때 LG아트센타 앞쪽줄에서 관람을 했는데요 무대가 좁고 객석 무대 거리가 아예 없어 바로 코앞 느낌으로 봤습니다. 머리카락 한올한올이 보일 정도였어요. Pat Metheny가 LG아트센터를 자주 이용하니 다음에 기회 되시면 앞쪽 좌석 노려보시기 바랍니다.
  • 만식이형 2012/01/14 15:13 # 삭제 답글

    어제 못본 1인입니다 님 설명을 들으니 못본게 후회가
    되고 그중에 아리랑의 팻메쓰니화가 있었다니 그 부분이 젤아쉬운 누군가 유튜브에 그 영상만이라도 올려주셨음 좋겠다는 .... 다른나라에선 안할테니까요 ㅠㅠ
  • 만식이형 2012/01/14 15:14 # 삭제 답글

    어제 못본 1인입니다 님 설명을 들으니 못본게 후회가
    되고 그중에 아리랑의 팻메쓰니화가 있었다니 그 부분이 젤아쉬운 누군가 유튜브에 그 영상만이라도 올려주셨음 좋겠다는 .... 다른나라에선 안할테니까요 ㅠㅠ
  • bonjo 2012/01/14 18:06 #

    촬영 단속이 심했기 때문에 아마 힘들지 않을까 싶네요. ^^;;;
  • 나그네 2012/01/15 00:35 # 삭제 답글

    와.. 친구 분의 상세한 셋 리스트 정말 감사드립니다 ^^
  • bonjo 2012/01/18 22:13 #

    제 친구가 저보다 음악을 훨씬 더 많이 알고 꼼꼼합니다.
    제가 늘 배우는 입장이죠. ^^
  • focus 2012/01/18 12:28 # 답글

    Pat Metheny 사랑 대단하십니다...^^
    저는 이날 아시는 파블로의 생일이라 술에 쩔어있었죠..
    국내용으로 작정하고 온 모양이네요..
  • bonjo 2012/01/18 22:10 #

    마무리 국내 연주자 협연 기획을 그정도로 하고 왔다는게 팬으로서 너무 고맙더라고요.
    다른 나라에서 써먹을 수 없는 곡일텐데말이죠. ^^;;;
  • 후회 2012/01/18 20:57 # 삭제 답글

    안녕하세요....블로그 글보고 후회하면 글쓰는 1인 입니다.......지금까지 국내에 펫 메스니 공연을 4번 봤으니까 아마 거의 다 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고, 이번에는 돈이 없어서 그냥 안 봤는데.......새 앨범 무대가 아닐 줄이야........그리고 오케스트리온을 가지고 올줄이야.................ㅠㅡㅠ ㅋㅋㅋㅋㅋ이런 ㅋㅋㅋㅋ 아 배아파요 ㅋㅋㅋㅋ
  • bonjo 2012/01/18 22:11 #

    오케스트리온은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저도 같이간 친구도 새 앨범 공연이면 너무 심심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 갈까말까 했는데요
    예전부터 공연 하나 같이 보자는 약속이 있어서 간거였습니다. ^^;;;
  • ㅋㅋ위너 2012/01/27 20:29 # 삭제 답글

    ㅋㅋ저도 사실 새앨범 공연인줄알고 아..좀 심심하겠지만 남는시간에 다른곡들도해주겠지~란 자세로 갔는데, 웬걸 좋아하는 노래들을 한데모아 들을수있어서 정말 좋았어요!!ㅋㅋ 오케스트리온내한공연못봤었는데, 오케스트리온도 보고~ 이런 공연이었으면 적극적으로 홍보를 했어야 하지 않았나싶어요ㅋㅋ참 아무말없이 깜짝 놀래켜주셔서 오히려 좋긴했지만...
  • bonjo 2012/01/27 21:15 #

    공연 보고 나서 구글에서 좀 꼼꼼히 찾아보니 유럽 트리오 공연과 미국 듀엣 공연을 비슷한 레파토리로 해왔더라고요. 다만 미국이나 유럽쪽은 재즈 공연이 대부분 소규모라 국내까지 뉴스가 전달이 잘 안된 것 같습니다.
    어찌됐든 생각지도 않았는데 즐거운 선물보따리였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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