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전 - 김규항 ▪ Books

진보 운동가로 알려진 김규항의 마가복음 독본입니다. 김규항이라는 인물에 대해 '진보', '운동가'라는 이미지를 갖고있던 터라 책의 내용이 민중신학이나 자유주의신학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정통적 복음주의 신학에서 멀리 떨어져있지 않아 의외였습니다.

진보 운동가로서의 태도가 글 안에 전혀 녹아있지 않다고 한다면 거짓이겠지만 그것은 누구나 자기 언어로 무엇인가를 해설할 때 개념이 개입되는 수준의 것이지 성경의 원래 뜻을 크게 외곡한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물론 이 말은 제가 해석을 판단할 만큼 성경에 정통했다는 의미라기보다는 제가 그동안 배워온 성경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뜻입니다.

애초에 저자가 책을 쓰기 시작할 때 주제별로 이야기를 하며 성경을 인용할까 하다가 그러다가는 자기가 하고픈 이야기를 하게 될까 싶어, 예수가 하고싶어하는 이야기를 쓰자는 생각으로 독본 형식을 취했다고 합니다. 성경 본문은 [200주년기념성서]를 쓰고있는데 그 이유는 예수가 한국말을 했다면 아무한테나 반말을 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는 발상에서 예수가 존대말을 쓰는 것으로 번역된 유일한 한글 성경을 선택한 것이라고 합니다. 사실 머릿말에서 이 글을 읽었을 때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제 머릿속의 예수도 아무한테나 반말을 찍찍 해대는 권위적인 성품의 소유자는 아니었거든요. ㅎㅎ

민중신학이나 자유주의 신학의 맹점은 민중 중심으로 고민을 하다가 하나님은 사라지고 민중만 남아버리고, 이성과 합리를 고집하다가 기적/이적을 편집하며 예수의 신성을 발가벗기다가 예수의 존재와 인격, 부활은 사라지고 예수의 말과 사상만 남게되어버리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김규항의 예수는 그렇지 않습니다. 물론 혁명적이고 약한자를 돌아보는 운동가로서의 모습을 강조하고 있지만 과장하거나 없는 이야기를 보태지 않습니다. 사람들 사이에서 울고 웃고 이야기하고 치료하고 고민하고 싸우고 죽고 부활하는 마가복음에 묘사된 예수의 모습을 꼼꼼히 읽어나가며 예수의 존재 의미, 언행이 갖는 의미, 그 죽음과 부활이 갖는 의미에 대해 건강한 해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 책에 대해 보수 교단의 반발이 심했다고 하는데 그것은 예수의 신성을 부정하거나 구원에 대해 이단적인 논리를 펼쳤기 때문은 아닌 듯합니다. 상업화된 교회는 교회가 아니고 돈독이 오른 목사는 목사가 아니라는 정당한 비판에 스스로 찔린 자들이 반응을 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기존 교인이라면 내가 믿는다고 하는 예수에 대해 고민하고 점검하는 목적으로, 기독교인이 아니라면 예수가 뭐길래 그리 오랜 세월 여러 사람들이 그를 믿는다, 따른다 하는걸까 하는 호기심을 해소할 목적으로 아주 좋은 책이라 생각합니다.







덧글

  • 치이링 2011/12/27 09:18 # 답글

    김규항은 신앙이 주고 운동이 부란 느낌이 강하죠

    덕분에, 그의 운동가적 활동에선 그 균형이무너지는 모습을 자주 발견함
  • bonjo 2011/12/27 09:20 #

    김규항 씨를 자세히 관찰해보지 않아 그정도인줄은 몰랐네요. ^^;
    말씀대로라면 제 생각보다도 더 확실한 신앙인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치이링 2011/12/27 09:24 #

    그럼에도 과도한 신앙적 요구를 활동중에 하지 않기 때문에 신앙적 색체가 강한에도 균형감을 잃지 않고요
  • bonjo 2011/12/27 09:59 #

    예, 그럴 것 같아요.
    건강한 신앙인이라면 외부와 소통함에 있어서 균형감각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CelloFan 2011/12/27 09:23 # 답글

    위시리스트에서 잠자던 책인데, 형님이 또 깨워주시네요. 연초에는 저도 이 책을 시작해봐야 겠네요.
  • bonjo 2011/12/27 09:57 #

    니 신앙 색이나 수준이라면 술술 쉽게 읽혀질거야. 정리해보는 차원에서 일독 강추.
  • 여름 2011/12/27 15:48 # 답글

    김씨가 종교와 종교인의 자세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고,
    한신대의 좌편향 교수에게 사사받은 부분도 많이 작용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책제목처럼 김씨가 예수란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으로는
    차별점이 별로 없을 것이란 생각입니다. 좋은 이야기 뿐이니까요.
    전 작년인가 재작년의 더운 여름에 헥헥거리며 이책을 읽어서 별로 남는 것이 없네요.ㅎ
  • bonjo 2011/12/27 16:11 #

    기본적으로는 기독교인들을 위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머릿말에도 언급되어있듯이 "예수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고 이야기하고픈 마음에 집필했다고 하니 읽는 사람들 속에 "예수는 이런 사람이다"라는 것이 기본으로 깔려있을 때 교정당하는 쾌감(?)이 있을테니까요.
    보수교단의 권위주의로 꽉찬 교육을 받은 사람들에게는 상당한 충격이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실제 반발도 있었고 말이죠.
  • gershom 2011/12/29 21:23 # 답글

    기독교에 부정적인 김규항씨 글 속에서도 강한 긍정을 가끔 느꼈습니다.
    김규항씨 하면 세트로 김어준씨가 생각이 나네요.
    어린 시절 김어준씨는 성경을 10번 읽을 정도로 교회생활을 충실히 했었는데. 여러 의문이 생겨났지만 교회(와 성직자들)는 그 의문에 답을 하지 못했고 결국은 교회의 '억압과 위선'때문에 등을 돌리게 되었다는데..
    이번 달 복음과 상황에서 김용민씨가 그러더군요..
    '나는 김어준에게서 교회의 해야 할 바, 가야할 길을 읽는다'

    김규항씨에 대한 포스팅에 엉뚱한 댓글을 썼네요.. 죄송합니다.. ^^;

  • bonjo 2011/12/29 21:50 #

    전혀 엉뚱한 이야기가 아니고 두 케이스 모두 기독교와 한국 교회가 얼마나 동떨어져있는가를 보여주는 이야기라 생각합니다. 상경을 이야기하는데 교회가 반발을 하고 성경을 열 번을 읽은 소년의 의문을 풀어주지 못하는 교회라니요.
  • LL 2012/01/11 21:08 # 삭제 답글

    안녕하세요, 검색을 통해서 찾아왔다가 관심이 가는 글들이 많아 이리저리 둘러보니 지금 제게 도움이 되는 서평, 글들이 많이 있어서 반갑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앞으로도 종종 들려서 좋은 글들 보았으면 합니다. ^^
  • bonjo 2012/01/12 09:26 #

    저의 얇팍한 끄적임이 도움이 되었다니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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