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라딘 - 스텐리 레인 풀 / 이순호 ▪ Books

이슬람, 혹은 무슬림이라 하면 AK 소총과 RPG-7을 들고 시끄럽게 떠들며 뛰어다니는, 혹은 기도시간이 되자 메카 방향을 찾아 허둥대는, 뭔가 결여되거나 과잉된 비정상석 이미지밖에 없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헐리웃 영화에 의해 만들어진 이미지이죠. 그나마 조금 호의적인 이미지였던 것이 영화 [로빈훗]에서의 모건 프리먼이 연기했던 모습인데 그나마도 위에 언급한 메카 방향을 찾아 허둥대는 모습이 먼저 떠오르니 말 다했죠...-_-;;

[킹덤 오브 헤븐]이라는 영화를 통해서 2차 십자군 전쟁의 장면을 보면서 무슬림에 대한 이미지가 상당부분 교정되었고 그 중심이 된 인물인 살라딘이라는 술탄에 관해 호기심도 생겼죠. 어쩌면 영화적 표현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했지만요. 그러던 중 친우 형가 군의 블로그에서 살라딘의 전기가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네요.

이 책은 19 세기(1898년)에 씌여진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표현이나 묘사가 세련되지 못하다는 느낌도 살짝 듭니다. 번역도 조금 마무리가 거칠다는 느낌이 있는데 읽다보면 그것은 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만, 이 책의 근원적 문제(?)는 진입장벽이 높다는 것입니다. 움베르토 에코의 책들이 진입장벽이 높은 편인데 그보다 더 높고 두터운 벽은 처음 겪었어요. 앞부분 100페이지 가량이 살라딘의 출생의 배경설명입니다. 주로 정치적 상황의 묘사인데 알 수 없는 이름과 지명들과 사건들이 길게 나열되어있습니다. 이 부분을 지나고 나면 살라딘을 주인공으로 스토리가 모여지고 비로소 읽기가 수월해지죠.

살라딘이 성장하여 전장에 들어서면서부터는 전쟁 묘사가 주된 내용이 됩니다. 사료에 의존해 써내려간 전쟁 상황은 아주 세밀하며 그 속에 살라딘의 품성들이 드러나고있습니다. 예루살렘 탈환 후 3차 십자군이 개입하면서부터는 사자왕 리차드를 중심으로 서술 된다는 느낌이 있는데 아무래도 그 시기에 관해서는 영국 쪽의 사료가 많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세력가의 아들로 태어나 세력다툼 사이에서 승리하여 술탄이 되고, 십자군과 싸워 예루살렘을 탈환하고, 3차 십자군의 사자왕 리차드와 대결, 그리고 죽음까지. 살라딘의 위대한 인생은 쟁취하여 이루었다는 느낌보다는 착하고 성실하게 살다보니 위대해졌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제갈공명의 놀라운 지략도, 리차드왕 같은 무용도 갖고있지 않지만 왕이라는 위치에서 왕에게 요구되는 모든 덕목을 갖추고 성실하게 살아간 위대한 인물.

특히나 인상적인 것은 백성들과 부하들이나 적들에게 지극 성실하게 자비를 배푸는 장면들입니다. [킹덤 오브 헤븐]에서 묘사된 장면은 책에 서술된 자비로운 살라딘의 모습에 비하면 RPG-7을 들고 시끄럽게 떠드는 무슬림 급이라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배신하고 비겁하고 신의가 없는 십자군과 대비되는 살라딘의 극단적이라고까지 할만한 성실, 자비, 관용 등의 성품을 보며 한편으로는 기독교인으로서 질투심마저 느끼게 되는데 '신의 길'을 따랐던 살라딘의 인생이야말로 신을 믿는 종교를 좇는 모든 자들이 본받을 만한 모본이 아닐까 싶습니다.






덧글

  • 달산 2011/12/08 21:26 # 답글

    앍;;; 저도 이거 정말 초반에 힘들었었어요. 워낙 이쪽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부족하기도 하지만요.ㅠㅠ 요새 시오노 나나미의 십자군이야기 책을 보다보면 초반부분에 대해서 같이 나오기도 해서 그나마 그때 이해 안 됐던 게 채워지더라고요.
  • bonjo 2011/12/08 21:41 #

    저도 이 책 덮으면서 [십자군 이야기]를 읽어야 할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
    초반부분이 저만 힘들었던 것이 아니라니 위안(?)이 되네요. -.-;;;
  • gershom 2011/12/11 20:34 # 답글

    오.. 흥미 생기는 분야군요..
    과연 지중해의 패자는 누구였던 것이었던 것인가..

    그런데 어렵다니 망설여지는군요. -_-;
  • bonjo 2011/12/12 00:43 #

    아, 내용이 어렵다기보다는 초반에 좀 지루하다는 의미였습니다. ^^;;;
    지루한 부분만 넘어가면 삼국지 느낌으로 읽어지더군요.
  • basher 2011/12/12 13:03 # 삭제 답글

    영화 킹돔 오브 헤븐은 보았는데 가장 멋진 인물은 살라딘이더군요 개인적으로 ㅎㅎ
    흥미가 끌리는 책이네요
  • bonjo 2011/12/12 13:50 #

    영화에서보다 훨씬 멋진 인물이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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