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전쟁 - 움베르토 에코 / 김정하 역 ▪ Books

움베르토 에코 마니아 컬랙션 읽기 프로젝트(?)의 열 번째 책입니다. 그간 좀 쉬운 칼럽집과 본격적인 기호학 서적 사이에서 골이 띵한 경험을 한 후 한참을 쉬고 다시 시작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읽은 것이 6월달의 [매스컴과 미학]이었군요. [가짜 전쟁]은 컬렉션 6권입니다.

이 책은 움베르토 에코가 주간지와 일간지에 기고한 글 중에 특별한 주제에 해당하는 글들을 모은 것입니다. 그 주제라는 것이, 특정 사건이나 사물을 기호학적으로 해석하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그러니까 쉬운 칼럼집과 기호학 학술서의 중간쯤 되는, 난이도 또한 그쯤 되는 책인 셈이죠. 주로 70년대에 기고된 글들이고 간간히 80년대 글들도 보이네요.

에코가 이 글들을 쓴 것이 30~40년 전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이것은 한 편의 예언서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현대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의 양상과 놀랍도록 일치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에코가 예측했다기 보다는 세상사의 본질에 대한 통찰능력이라 하겠죠. 아마도 요즘의 SNS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을 소재로 해도 비슷한 이야기들을 이끌어내고 더 심화되어가는 미래에 대해 예측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글의 소재는 밀납인형 박물관, 청바지에서부터 월드컵, 언론장악, 언어 권력에 대한 논쟁에 이르기까지 다양합니다. 에코의 시각은 다양한 사물과 사건 사회상의 표면을 꿰뚫고 해석해 그 이면에 감추어진 의미들을 들춰내 독자들에게 보여줍니다. 글이 실린 매체가 주간지/일간지 등 시사성이 있는 책인 만큼 소재들도 시사성이 있는 사건들이 많은데 해석의 원리 혹은 법칙을 보여주고자 하는 책이기 때문에 시대는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당시 이탈리아에서 상식적으로 통할법한 인명, 지명, 혹은 사건들에 대한 기초지식이 없는 21세기 한국 독자에게는 조금 불친절한 책이기도 합니다. 기막힌 비유 혹은 농담인 것 같은데 사람도 사건도 모르니 이해를 못하거나 따라 웃을 수가 없다는 거죠.

이 책의 또 한가지 문제점은 번역인데, 역자 이력을 보니 이탈리아어 원본을 그대로 번역한 것 같은데(에코의 다른 책들은 영어판을 번역한 경우도 많습니다) 교정/탈고 작업이 조금 부실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괄호까지 쳐있는 중요 문구에 오자가 있기도 하고 구글링을 해도 나오지 않는 새로운 조어도 등장합니다. 문장을 국어식 문장구조로 바꾸지 않아 읽다보면 꼬이는 부분이 많고요. 이탈리라어 원문번역이라는 점은 무척 환영할만합니다만 조금 더 완성도를 높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는 독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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