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이었나 Deep Purple의 공연 때 Ian Gillan 옹 목소리 안나오는 것을 경험한 이후, 비슷한 연배인 David Coverdale의 보컬에 대해서는 그닥 기대를 안한 상태였고 오로지 Doug Aldrich만 보면 된다는 생각 뿐. 그 와중에 떠오른 것이 공연장 음향 문제입니다. 지난번 Mr. Big 공연 때 기타소리를 생각하면 Doug를 '보기만' 할지도 모르겠다는 불안감이 엄습...-_-;;;
공연이 시작되면서 여러가지 감동과 생각이 교차를 했는데, 그 중 가장 컸던 것은 오오 기타소리 잘들려! 드럼 이자식 뭐야? 두 가지였습니다. 보통 공연이 시작되면 한 두 곡은 관중들이 소리를 먹고 시작하는데 백사 팀 엔지니어는 첫번째 곡이 끝나기 전에 소리를 딱 잡아내더군요. 그동안 악스홀에서 봤던 엉망 사운드 공연들은 공연장 문제가 아니라 엔지니어 문제였던 것.
Doug Aldrich는 뭔 말이 필요할까요. 머리털부터 새끼발가락까지 모두 이용해서 온 몸으로 리듬을 타며 기타를 치는 아름다운 사람. 스튜디오와 무대의 차이가 없는 정교함. 한 음 한 음 또박또박 들려주는 아름답고 친절한 음들. 두말하면 잔소리. 자기 관리가 제대로 되는 사람인건지 젊음젊음 열매를 먹은 건지 외모조차 -47세의 나이임에도- 잡지에서 보았던 20대 때 모습이 그대로입니다. 충족감 만땅. 한가지 곤란해진 것은, 레스폴 골드탑이 몹시 갖고싶어졌다는 것...-.-;;;; 깁슨은 너무 비싸고, 1/10가격인 에피폰 제품이라도 지르지 않을까 싶네요.
드러머에 대해서는, 새 앨범에서 Briian Tichy라는 생소한 이름을 접했을 때 좀 당황스러웠지만 Wiki에서 Ozzy Osbourne, Billy Idol, Alice Cooper, Foreigner 등의 경력을 접하고는 아, 뭔가 있는 사람이구나 싶었습니다. 앨범을 통해서는 그저 단단하다 정도의 느낌 이상의 강한 인상은 없었지만 공연 시작되면서 완전 뜨헉. 이건 뭐. 오늘 공연은 내가 지배한다. 식의 파워 드러밍. 힘이 얼마나 좋은지 기교 이전에 쾅쾅거리는 음색으로 완전 압도. 시작부터 100의 파워로 두들겨 완급조절은 어찌 하려나 걱정했더니 클라이막스에서는 120으로 업해버리는 괴력. 이 횽아 10년만 일찍 태어나 락 중흥기를 제대로 거쳤다면 Cozy Powell이나 Tommy Aldridge류의 파워 드러머의 계보에 이름 진하게 남겼을 겁니다. 아주 긴 드럼 솔로 타임으로 David 옹이 Briian을 얼만큼 대우해주는지도 알 수 있지요. 솔로 타임이 길었음에도 구성이 좋아서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공연은 월드투어 레파토리 그대로였고, 중간에 신보 수록곡 부분에선 관중들이 예습이 부족했는지 반응이 '비교적' 시원치 않았습니다만 올드 레파토리를 연주할 때엔 공연장 분위기가 정말 대단했습니다. 다른 공연장에서도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열띤 분위기에 밀려 백스테이지에 들어갔다 나오는 것 없이 앵콜 타임이 바로 이어졌다는 것. Solidier Of Fortune을 무반주로 부르는 David 옹이 지친 목소리로 'But I feel I'm growing older'를 읊조릴 때엔 눈물이 왈칵...ㅠ.ㅠ
David Coverdale 옹, 이제 환갑이죠. 어쩌면 긴 월드투어에 누적된 피로 때문에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기본적으로 보컬 타입이 목을 상당히 혹사시키는 스타일이라 소리를 제대로 내는 것이 이제 어려워보입니다. 젊은 시절 인상깊었던 하늘을 뚫을 듯한 고음 부분들은 아예 소리가 나질 않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연은 정말 멋졌습니다. 다른 공연들에서는 보컬이 삑사리나거나 힘겨워하면 그것이 무척 거슬렸는데 왜 백사의 공연은 완벽하다 느껴질까. 스스로 궁금했습니다.
얼마전에 David Coverdale의 인터뷰를 봤는데, 정확한 표현은 기억이 안나지만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연주자는 중요하지 않다. 좋은 노래가 영원히 살아가는 것이다." 는 식의. 'Fool for your loving'을 Micky Moody와 Bernie Marsden이 연주를 하든 Steve Vai가 연주를 하든 Reb Beach와 Doug Aldrich가 연주를 하든 Fool for your loving은 그대로 Fool for your loving일 뿐이라는 것이죠. 연주자들에 따라 시대에 따라 옷을 갈아입지만 알맹이는 '좋은 노래'라는 것. 그리고 그 멜로디는 David이 소리를 다 내지 못해도 팬들의 머릿속에는 확실히 살아있다는 것. 그런 의미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어찌보면 연주자들을 마구 갈아치우는 폭군의 궤변일지도 모르겠지만 무대위에서 당당히 입증을 해내버렸다 생각합니다. 그냥 인정.
전반적으로 짜임새, 완성도, 뭐 이런 이야기를 꺼내기 송구스러울 정도로 무대에 선 본인들이 즐겁게 덩실거리는 그런 여유 넘치는 공연이었습니다. 경험과 연세들이 있으니 가능한 장면들이라 생각도 들고요. 소원 하나 풀었다는 즐거움에 기분이 아주 좋습니다.
표를 혼자 끊어 갔는데 반갑게도 블로그를 통해 만난 음악 친구분들을 세 분, 예전에 활동하던 동호회 분들을 네 분이나 만났습니다. 다음엔 누구 공연에서 또 얼굴들을 뵐런지. ^^
Forevermore (Wien Stadthalle 2011)
덧글
저도 2011/10/27 21:27 # 삭제 답글
bonjo 2011/10/27 22:50 #
Doug Aldrich의 경우 Lion, BMR, BR 전전하며 실력을 인정받지 못하던 시절 안타깝게 바라보던 마음이 완전히 해소됐습니다.
드럼은 정말 의외여서 그랬는지 감동이 열배였고요. ^^
오리대마왕 2011/10/27 23:50 # 답글
저도 동행이 없어 갈까말까 망설였는데 정말 즐겁게 잘 놀았습니다.
다만 오늘 출근해서 진종일 헤드뱅잉 상태였네요. 너무 피곤하여 %%;
bonjo 2011/10/28 01:55 #
sunjoy 2011/10/27 23:54 # 삭제 답글
bonjo 2011/10/28 01:54 #
초생달 2011/10/28 13:33 # 삭제 답글
다들 연세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수려한 외모를 뽑내주셔서 더 놀랬구요ㅋ
bonjo 2011/10/28 14:59 #
정말로 자기관리 철저한 분들인가봐요.
비로긴 죄송 2011/10/28 21:40 # 삭제 답글
아 정말 멋있었어요. 어쩜 아저씨들 너무 섹시하세요 ㅋㅋ
솔직히 거의 기대 안하고 갔다가 정말 좋았습니다!!!
악스는... 정말 엔지니어들의 무덤인듯요;;;
악스에서 본 공연들 중에 이만큼 사운드 잡아낸 좀 빡센 공연은
드림시어터랑 익스트림 정도 였습니다.
bonjo 2011/10/29 00:08 #
맞아요, 익스트림, 드림 씨어터도 소리가 괜찮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DT는 음이 몰리는 부분에서는 살짝 힘겹게 넘어가기도 했지만요 ^^;;
백사가 기타 둘에 키보드까지 있어서 음 뭉치기 시작하면 정신 없을텐데 엔지니어가 기가막히게 잡아낸 것 같아요.
basher 2011/10/29 16:17 # 삭제 답글
전 악스홀 공연이 처음이었는데요 뭐 우리 나라 공연장 중 맘에 쏙 드는 곳은 거의 없지만
좀 실망스럽더라구요 말씀하신 것처럼 첫 곡 이후는 좋아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공연장 크기에 비해 드럼 사운드 셋팅이 너무 큰 게 아닌가 하는 무식한 느낌이
남았습니다 ^^;;
특히 베이스 드럼 소리는 듣기 힘들더라구요(공연 끝나고 나오는데 귀가 좀 아팠습니다...)
엄청난 파워는 동감입니다
저도 커버데일옹을 필두로 덕 알드리치, 렙 비치를 볼 수 있어서 흡족스러웠습니다
bonjo 2011/10/29 21:32 #
이제 어느정도 포기하고 볼 수준까지 됐는데, 납득이 안될 정도로 황당할 정도의 공연도 많았습니다...-_-;; 지난번 Helloween 공연도 저는 그럭저럭 들을만 했다고 느꼈는데 지인 한분은 그때 음향 너무 안좋았다고 백사 때는 체력 걱정하면서도 무리해서 스텐딩으로 가시더라고요 ^^;;;
음향도 그정도면 아주 좋았고, 락의 전설들을 봐서 너무 행복했습니다. ^^
여름 2011/10/30 18:29 # 답글
갈피 못잡을 것 같으니 덕이 랩을 무대중앙으로 불러내 마주보고 연주하며 랩비치의 정줄을 잡아주는 것 같은 모습이 많이 있어 거슬렀습니다.
덕의 기타연주 모션은 어린시절 자크와일드의 퍼포먼스를 보는 것 같아 좋았죠. 어휴 그노메 6팩.
갠적으론 아이언메이든 공연보다 좋았습니다.
나이들어 블루지하고 끈끈한 음악에 더 맘이 가네요.
bonjo 2011/10/30 19:21 #
focus 2011/11/03 22:11 # 답글
다시는 못보겠네요..'But I feel I'm growing older'를 ~
bonjo 2011/11/03 22:45 #
정정하신 것 보니 한번 더 오실 수도 있지 않을까 바래봅니다. ^^
숙진 2012/04/05 21:56 # 삭제 답글
bonjo 2012/04/06 00:3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