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안단테 - 엘리자베스 토바 베일리 / 김병순 역 ▪ Books


저자 엘리자베스 토바 베일리는 유럽 여행중 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마비 증세를 겪게되고 기약없는 병상 생활을 시작합니다. 친구가 문병하러 오는 도중 야생 제비꽃 한 포기와 달팽이를 주워 화분에 담아주고 가고, 그렇게 저자와 달팽이의 인연이 시작되죠.

이 책은 저자의 투병기이면서 동시에 달팽이 관찰기 그리고 달팽이에 관한 이런 저런 정보들을 기록한, 묘한 에세이입니다. 병상일기라고 하기에는 달팽이에 관한 글들이 지나치게 구체적이고 학술적이며 과학 에세이라고 하기엔 또 저자 개인의 감정 묘사가 짙습니다. 그래서인지 번역서의 추천사를 시인과 생물학자(한평생 달팽이를 연구한)가 한 편씩 써주었네요.

카테고리는 모호하지만 감상은 모호하지 않습니다. 투병기록 부분에서도 과잉된 감정은 찾아볼 수 없고, 학술적인 부분에서도 저자의 따뜻한 마음씨가 느껴집니다. 투병기와 관찰기는 매끄럽게 이어지며 자기 자신과 달팽이의 생명에 대한 따뜻한 경외심으로 묶여집니다. 참 우아하고 착한 책이예요.

경향신문이었던가 일간지의 추천 서적 코너에서 보고, 밖에만 나가면 뭔가 살아있는 것들을 채집해오는 딸아이를 생각하며 산 책입니다. 학자가 아닌 젊은 여자가 우연한 기회에 달팽이와 함께 살게 되고 그것을 관찰하고 배워가는 과정이 잡아오기만 할 뿐 제대로 보살피는 것에는 서투른 딸에게 긍정적인 자극이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 말이죠. 일단은 제목에 호기심을 갖더니 글씨만 빼곡한 내용에 질린 듯 덮어버렸습니다만, 생물에 대한 호기심이 그치지 않고 조금 더 나이가 먹으면 손에 잡을 날이 있겠죠.

내용도 어렵지 않고 인용 목록과 추천사를 제외하면 200페이지가 안되는 적은 분량이라 앉은 자리에서 뚝딱 읽어버릴 정도의 가벼운 책입니다만, 읽고 난 후의 여운은 절대 가볍지 않습니다.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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