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도 이야기를 많이 들어 마치 읽은 것처럼 느껴지던 책을 이제서야 읽었습니다. 반기독교(혹은 무신론) 지성의 대표자로 꼽히는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의 대표작. 과학 서적인데 30년도 넘은 책이 특별한 수정 없이 베스트셀러 자리를 꾸준히 차지하고 있다는 점은 신기하기도 합니다. 어쩌면 진화론쪽이 그닥 진보가 빠른 학문은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이쪽으로는 문외한인지라 어떤 부분이 최신이고 어떤 부분이 이전에 없던 파격적 발상인지 구분이 잘 안됩니다만 대충 고등학교때 배운 진화론과 눈치로 읽어나갔습니다...-.-;; 일단 도킨스가 던진 파문의 핵심은, 진화의 주체가 '종'이나 '개체'가 아니라 '유전자'(정확히는 복제자)이며 생물이라는 형태는 유전자의 존속을 위한 복잡한 기계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이기적'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이유는 단위 복제자가 자기를 복제하기 위해서 다른 복제자들과 경쟁을 하고 최대한의 자기복제를 꾀하는 모양새가 '이기적'이라는 개념과 유사하기 때문이라 설명합니다. 실제로 복제자에게 이기적이라거나 이타적이라고 할만한 도덕 개념이 있을리는 만무하지만 말이죠.
책의 내용의 대부분은 이 사실을 종, 가족, 성, 개체단위에서 설명 논증하는 것입니다. 유전자가 주인공인 이야기이지만 미시적인 유전자의 이야기는 책의 초반 복제자가 탄생하는 부분에만 나오고 나머지 부분들은 도킨스의 전공 분야인 동물들의 행동을 분석하는 이야기입니다. 이기적인 유전자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기계를 이러이러하게 조정한다는 개념인거죠.
반기독교 지성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하게 종교에 관한 이야기는 그닥 보이지 않고 밈이라는 개념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살짝 언급되는 정도입니다. 밈이란 유전자는 아니지만 마치 유전자가 복제되고 진화하는 것과 동일한 형태로 대를 물려 전해지는 문화적 요소를 이야기합니다. 이것도 진화 주체를 '유전자'로 본다는 시각과 함께 도킨스가 주목받게된 개념인 듯하네요.
진화론이라는 것이 종교와 대립하게 된 이유가 과학의 영역을 넘어가버리는 부분 즉 약육강식이라든지 자연도태 등의 현상이 사회현상을 설명하기도 하기 때문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밈이라는 개념은 그것보다 더욱 근본적으로 종교와 충돌할 수밖에 없습니다. 도킨스의 주장은, 어느 시점에서 돌연변이적으로 '신'이라는 존재가 인류에 들어왔고 그것이 '믿음'이라는 밈으로 유전되어왔다는 것이죠. 그리고 그 종교의 밈은 지옥불이라는 공포를 통해 자기 복제를 강화해왔다는 것입니다. 이 부분에서 테리 이글턴이 '필드를 잘못 찾았다'고 핀잔을 주는 근거를 짧게나마 옅보았습니다.
또 한가지 주목할 부분은 생물 개체들을 복제자를 운반하는 기계라고 설명라는 부분입니다. 이 개념이 처음 발표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에게 인간 존재의 의미를 의심케 하고 허무감에 빠지게 했다는데, 이건 마치 공각기동대에서 내가 기계인가 인간인가를 고민하게되는 수준을 넘어서는 이야기죠. 다른 책들에서 인간의 존엄에 대해 다루고 있는 듯합니다만 인간을 유전자기계라 설명해버린 진화생물학자로서 어떤 논리로 수습을 하고있는지 궁금하면서도 또 안궁금하네요...-.-;;;
진화론의 최신(?) 흐름을 훑어봤다는데 의의를 두어야 할 듯하고. 좀더 본격적인 진화론과 무신론은 다른 책들, [지상 최대의 쇼]나[만들어진 신]을 봐야할 듯합니다.
덧글
James 2011/10/05 21:26 # 답글
저도 이 책 읽고 저자의 다른 책 <확장된 표현형>을 구입했지만 아직 읽지는 못했네요.
bonjo 2011/10/06 09:51 #
CelloFan 2011/10/05 23:34 # 답글
bonjo 2011/10/06 09:55 #
CelloFan 2011/10/06 10:01 #
bonjo 2011/10/06 10:55 #
CelloFan 2011/10/06 11:00 #
bonjo 2011/10/06 11:12 #
gershom 2011/10/12 23:49 # 답글
긍정적으로 언급 되고 있음에도 왠지 도킨스의 책에는 손이 선뜻 가질 않네요..
bonjo 2011/10/13 01:17 #
일단 한두 권 더 접해볼까 생각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