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커버 리포트 - 귄터 발라프 / 황현숙 역 ▪ Books


잡임취재 전문 언론인 귄터 발라프의 책입니다. 독일에서는 가장 유명한 언론인 중 하나로 꼽히며 특히나 위장신분으로 취재 대상 집단에 직접 잠입해 밀착취재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하네요. 이 책에서는 모두 네 개의 위장신분으로 취재를 하고 세 가지 주제에 대해 자료수집하여 취재 기사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흑인 이민자, 노숙자, 텔레마케터, 대형 마트 납품 제빵회사 직원. 이 네 가지가 이번 책에서 귄터 발라프가 위장한 신분입니다. 관찰자의 입장이 아니라 직접 그 사람이 되어본다는 면에서 취재 내용 자체가 파워풀할 수밖에 없습니다. 취재를 하는 동안 직접 멸시와 조롱을 받기도 하고 폭력의 위협을 받기도 하며 극한 정신적 스트레스와 부상을 입기도 합니다.
그리고 세가지 일반 취재 기사는 스타벅스의 근무환경, 국영 철도 민영화, 노동자 탄압 전문 변호사에 관한 것입니다. 저자가 좀 젊었더라면(현재 68세) 스타벅스도 직접 잠입 취재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

일곱가지 주제 모두 하나같이 답이 안나올 것같고 절망적인 주제들입니다. 그러나 귄터 발라프식 취재의 첫번째 힘은 그늘진 진실을 알리는 것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알리는'데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취재가 끝나고 언론에 발표된 후 해당 관청의 조사가 이루어지거나 여론이 움직여 실제적인 개선이 일어나며 그것을 책에 담고 있습니다. 흑인 차별 문제는 사실 답이 나오기 힘든 국민 개개인의 인성적 부분이기도 합니다만, 취재글의 마지막 부분에서 폭력적 상황에 맞닥뜨린 저자를 한 청년이 용감하게 구해준 경험을 보여줌으로 독자들을 절망적 상황에 방치해버리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희망을 보여주려 애쓴다는 인상을 줍니다.

귄터 발라프는 '알리는' 저널리스트를 넘어 '행동하는' 사회운동가에 가깝지 않은가 하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알리는데 그치지 않고 자기가 알게 된 것을 개선하는데 적극 참여함으로 책임감까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책의 부제가 [세계화가 만들어낸 '멋진 신세계' 탐험기]라고 붙어있습니다. 올더스 헉슬리의 소설 제목을 인용하고 있는데, 세계화Globalization이라는 명목하에 점점 더 자본 중심적이고 비인간적으로 바뀌어가는 세상의 모습을 역설적으로 표현해내고 있는 것이죠. 이 세계화라는 것이 진짜 '세계'화인지라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문제들의 본질로부터 대한민국도 자유롭지 못합니다. 인종 차별, 노숙자, 텔레마케터는 말할 것도 없고 공적 기업의 민영화, 대형 마트로 묶여가는 유통시장, 비정규직 문제, 노동자 탄압 등등 대한민국의 상황에 갖다 붙여도 그대로 이해가 되는 내용들입니다.

'복지사회'의 대명사인 유럽 국가, 그중에서도 경제 규모가 가장 큰 나라 중 하나인 독일에서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좀 쇼킹하기도 하고, 세계화라는 것이 얼마나 비인간적이고 종말적인 움직임인가 하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해외의 사례라 객관적으로 살펴볼 수도 있고, 우리 현실과 아주 흡사한 모습이라 바로 상황 대입/이해가 가능한 알찬 독서였습니다. 강추예요.





덧글

  • gershom 2011/09/08 22:18 # 답글

    예전에 소개하셨던 위건부두로 가는 길을 얼마전 읽었습니다.
    읽는김에 한겨레 기자들 체험기 4000원 인생도 읽고요..
    이 책도 당기는군요.. 읽어 보겠습니다.
  • bonjo 2011/09/08 23:14 #

    저는 '4000원 인생'을 읽어봐야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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