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ush의 세 맴버 중 비교적 낮은 평가를 받는 인물이 바로 기타리스트인 Alex Lifeson입니다. Geddy Lee나 Neil Peart의 경우 후배 연주자들과 비교해도 탑클래스의 연주기량을 보여주고 있지만 기타 부문의 평균적 기량은 몇 차례의 지각 변동이 있었던 덕에 Alex와 같은 이전 세대 기타리스트들은 기량 면에서 상대적으로 뒤떨져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현대적인 속도와 정교함이 없다고 해서 Alex Lifeson이 기량 면에서 형편없는 연주자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기타 전문 잡지에서 선정하는 인기 기타리스트 명단에 이름을 꾸준히 올리고 기교파 기타리스트들이 '존경하는 기타리스트'로 꼽히는 사실은 음표의 갯수나 정교함으로는 알 수 없는 뭔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죠. 제가 생각할 때 기타리스트로서 Alex Lifeson의 가장 큰 강점은 폭넓은 표현력, 발군의 센스, 그리고 타이밍이라고 생각합니다. 기타가 쭈욱 몰고 나가는 식의 연주가 아니라 다른 파트들과 주도인듯 장식인듯 주거니 받거니 하며 적절한 조성으로 기억에 남는 음을 들고 나가는 타이밍이 기가 막히죠. 화려하거나 하이 테크닉이 아니면서도 인상에 깊이 남는 이유가 다 있습니다.
Rush의 음악 흐름을 보면 작곡에 있어 Geddy가 주도권을 잡는 시기와 Alex가 주도권을 잡는 시기가 구분이 됩니다. 신디사이저와 기타가 서로 주도권을 잡으며 음악을 소프트하게 혹은 하드하게 끌고 나가죠. Alex의 경향은 당연히 기타 주도의 하드락이고요. 이 둘의 음악을 반으로 쪼개면 어떤 결과물이 나올까 하는 것에 대한 답은 이 앨범과 Geddy Lee의 솔로앨범 [My Favorite Headache](2000)을 들어보면 알 수 있습니다.
둘로 쪼갠 Rush의 Alex 쪽의 조각은 Rush보다 대담무쌍하고 단단한 사운드가 앨범 전체에 넘실거립니다. 더 스트레이트하기도 하지만 뒤로 물러나 호흡을 길게 하는 음악도 있습니다. 러쉬의 미공개 트랙이라고 해도 속아 넘어갈 수준의 곡도 있고 러쉬와는 태평양 건너편에 있는 듯한 거리감이 느껴지는 곡도 있습니다. 공통점은 Alex의 상상력이 느껴지는 것이랄까요. 기량을 뽐내는 기타리스트들의 음반들도 수없이 많지만 이 앨범은 확실히 그런 류는 아닙니다. 종합적으로 음악을 만들어내는 음악가로서의 앨범이라 이해하는 편이 나을 듯. 그래서 타이틀도 자신의 이름이 아닌 프로젝트 네임을 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프로그레밍에 이름을 올려놓은 Adrian Zivojinovich는 Alex의 아들이고, 7번 트랙 'Shut Up Shuttin' Up'에서 수다를 떠는 두 여인 중 한 명은 Alex의 아내라고 합니다. 3번 트랙 'Start Today'에서 Geddy Lee와 90% 싱크율을 보여주는 보컬은 Dalbello라는 이름의 '여성' 아티스트입니다.
저는 예전에 이 앨범이 -Neil Peart의 비극적인 가정사에 의한- 밴드 휴식기간 중에 제작된 앨범인줄 알았는데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발표된 앨범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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