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탈로니아 찬가 - 조지 오웰 / 정영목 역 ▪ Books


1936년 프랑코 군부에 의해 일어난 구테타로 스페인은 내전 상황으로 빠지고 그해 12월 조지 오웰은 기사를 쓸 생각으로 스페인으로 들어갑니다. 바르셀로나에서 성공한 노동자계급의 혁명의 그림자를 본 조지 오웰은 프랑코로 대변되는 파시즘으로부터 혁명을 지켜내야 한다는 생각에 인민전선 의용군으로 입대를 하게 되죠. 이 책은 그 입대 상황부터 약 반년간, 조지 오웰이 겪은 스페인 내전의 실상을 담은 책입니다.

성공한 혁명도시, 입대, 지리한 전선의 상황, 휴가중 터진 바르셀로나 시가전, 전선 재투입, 부상/후송, 인민전선의 내분, 스페인 탈출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마치 지어낸 이야기같습니다. 지리한 전선의 상황까지 읽으며 요전에 읽었던 [위건부두로 가는 길]이 떠오를 정도였습니다만 시가전 상황부터는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죠. 재미 측면에서도 점수를 많이 줄 수 있습니다.

재미있다고는 하지만 이 책의 본질적인 정서는 분노 혹은 절망에 가깝습니다. 아무 복무의 의무도 없는 그-와 수많은 의용군들-를 전선으로 이끌었던 성공한 혁명의 도시의 모습은 반년만에 휴가를 나와보니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버리고 내분된 정치적 상황은 저자를 더욱 절망적으로 몰아갑니다. 전쟁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적과 내통하는 자들이라는 죄목을 씌워 잠재적 정적을 숙청해버리는 모습은 거대 악 앞에서의 연대조차도 이렇게 약한 것이로구나 하는 패배감과 억울함마저. 책의 상당 분량은 전쟁중 자신이 속했던, 파시스트의 내통집단이라 누명을 쓴 통일노동자당을 변호하는데 할애되고 있습니다.

적과 내통한다는 누명을 씌워 숙청해버리는 방식은 참으로 흔히 사용되고 쉽게 통하는 정치적 툴이로구나 하는 생각. 대한민국의 역사속에서도 숱아게 봐왔고 지금도 빨갱이/간첩이라는 단어에 대한 컴플렉스는 쉽게 떨어낼 수 없지요. 공산주의, 사회주의, 무정부주의자들이 이질적 이데올로기를 뛰어넘어 파시즘에 맞서는 모습은 2011년 대한민국의 야권연대를 연상케도 하는데, 주도권을 잡기 위해 적전에서 분열하는 모습은 이질적 정치집단의 연대란 얼마나 힘겨운 것인가 생각하게 해줍니다.

저처럼 스페인 내전 당시의 상황에 대한 사전 지식이 빈약한 사람에게는 권말에 수록된 '옮긴이의 말'이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荊軻 군의 블로그로 이 책을 소개받고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스페인 내전을 기록한 [스페인 기행]과 비교하며 읽으면 좋을 듯 하다 생각했는데 "정치적인 이야기는 없었는데..." 하는 것 외에는 기억이 잘 안나네요...-_-;; 내전 부분만 다시 한번 읽어봐야할 듯.




덧글

  • James 2011/08/01 23:09 # 답글

    조지 오웰은 왠지 제대로 읽어야 할 것 같아, <동물농장>, <1984>, <카탈로니아 찬가> 등을 갖고 있고, <위건 부두로 가는 길>도 있지만 제대로 읽은 건 <동물농장> 밖에 없네요. 그의 작품들을 보면 그의 사진들과 참 뗄 수 없지요..^^

  • bonjo 2011/08/02 09:49 #

    저도 조지오웰은 [위건부두로 가는 길] 그리고 이 책을 읽은 것이 전부네요 ^^;;;
  • 여름 2011/08/03 01:23 #

    1984도 좋습니다. 멋진 신세계와 함께 좋아하는 미래소설입니다.
    물론 맑스, 레닌, 트로츠키, 스딸린을 어렴풋이 아신다면 동물농장도 좋죠
    -근데 핑플의 Animals앨범과는 느낌이 다르죠.
    위건부두를 제외한 다른 산문집은 욕심은 나지만 다른 책들에 양보.
  • bonjo 2011/08/03 10:26 #

    동물농장과 1984는 하도 명작명작 하며 대충의 스토리들을 언급하는 글들을 많이 봐서 마치 읽은 듯한 착각에 빠져버립니다. ;;;
  • 여름 2011/08/02 00:25 # 답글

    워렌비티의 레즈(존 리드의 세계를 뒤흔든 열흘)와 함께 제겐 소중한 혁명영화인 켄 로치 감독의 랜드 앤 프리덤을 보시면 또 다르죠. 까탈루냐찬가를 모태로 만든 영화입니다.
  • bonjo 2011/08/02 09:43 #

    스페인 내전이라면 서구세계 식자들의 관심을 모은 아주 중요한, 뭔가 숭고한 정신이 결집된 사건이라 생각했는데 카잔차키스의 [스페인 기행]과 이 책을 읽으면서 전쟁이란 결국 전쟁이로구나 하는 -약간은 허무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역사를 크게 볼 때 결코 허무하게 끝나버리기만 한 것은 아니겠지요.
    말씀하신 영화는 한번 찾아 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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