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집 - 장기하와 얼굴들 / 2011 ▪ CDs


지난번 1집 [별일 없이 산다]로 저의 한국 인디음악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바꾸어준, 어쩌면 저 뿐 아니라 대한민국 음악계에 적지 않은 충격이었지요.그 문화적 충격을 즐기면서 한편으로 기대되고 또 한편으로 걱정이 되었던 것이, 다음 음반에서도 이정도의 퀄리티를 유지할 수 있을까. 혹은 특이함에 대한 찬사에 과잉된 모습을 보이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였습니다.

2집 발매 소식을 듣고도 한동안 망설였던 이유도 그것이었지요. 기대가 되면서도 기대가 너무 커서 뭔가 두려운. 앨범에 대한 소문을 먼저 들어보자. 그런데 잠잠하더군요. 우려가 현실로?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만 일단 구입. 플레이. 좋네요. 그것도 엄청. 왜들 잠잠한 거야.

2집은 2집 답게 영리하고 반짝반짝 빛나는 음악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1집에서 영리함 만으로 감탄을 자아냈다면 좀 더 공이 들어간 느낌이 팍팍 온다고 할까요. 녹음도 좀 더 손이 많이 간 것같고요. 우선 악기 편성이 바뀌어 미미 시스터스의 살랑살랑 코러스가 빠지고 키보드가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아 음악의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습니다. 풍성해졌다고 해야할까 좀 더 다이나믹해졌다고 할까. '단순한 복고풍의 락'이 이제 60-70년대의 사이키델릭이나 프로그레시브의 표정까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것도 너무 확실하게. 몇몇 부분은 연주파트를 잘라서 들려주면서 70년대에 활동하던 유럽 모 그룹이라 우기면 대부분 속아버릴 지도 모릅니다.

'싸구려 커피'에서 들려주었던 나레이션과 랩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 '일종의 랩'은, 'TV를 봤네'에서 한층 더 발전하여 이것이 음이 있는 것인지 성조인지, 노래인지 랩인지 나레이션인지, 아니면 세가지 모두인지 헷갈리게 만드는 소리를 들려줍니다. 지난 앨범에 대해 이야기하며 박자 쪼개기에 대해 언급을 했었는데, 이번 앨범의 박자 쪼개기는 더욱 정교하고 교묘해져 리듬에 글자들이 후다닥 달라붙는 모양만 보고 있어도 노래 듣는 맛이 납니다.

가사면에서는 지난 앨범에서 보여주었던 '아무것도 없잖아'의 사회/정치 풍자 까지는 아니더라도 '별일 없이 산다', '싸구려 커피' 등의 냉소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소극적 반항의 모습들도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대신 늘어난 사랑 이야기와 개인 감정을 좀 더 깊이 짚어가는 가사들이 머릿속에 많이 남네요. 나쁘지 않습니다. 결국 허무한 내면을 정확히 들여다보면 세상을 다시 보게 되니까 말이죠. 오히려 억지로 풍자와 냉소를 늘렸다면 거부감이 들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적절합니다.

장기하는 정말 천재입니다.




TV를 봤네






덧글

  • 여름 2011/07/01 09:42 # 답글

    장기하와 얼굴들. 이번 앨범 너무 좋습니다.
    하세가와의 프로듀싱과 열심히 하려는 장얼의 의지가 결합해 최고의 서포머 앨범이 나온 듯합니다.
    역시 의도와 방식 그리고 철학을 이해하고 따르고 자기 것으로 만드는 사람이 영리한 사람이다라는 것을 보여준 SNU적 작품이 아닐가 싶네요.
    고로 하세가와는 국영수.
    참고로 장기하씨는 제 세무 클라이언트입니다.
    저 장기하와 일년에 한번씩 통화하고 자료 못보내줘 죄송하다는 사과 받는 사람입니다.ㅎㅎ
  • bonjo 2011/07/01 09:49 #

    헉~~~~~!!!!!
    장기하와 친하시군요. 싸인 한장만... (-_- ;;;
  • gershom 2011/07/04 23:11 # 답글

    처음 나왔을때 그냥 흘려 들었는데 언젠가 티브이에 나와서 연주하는 이 밴드를 보니
    연주나 노랫말이 설렁설렁 만든게 아니더군요..
  • bonjo 2011/07/05 01:02 #

    주절거리는 듯한 자연스러운 가사와 리듬이 딱딱 맞아떨어지는 것 보면 똘똘하고 정교함에 감탄이 나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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