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왜곡의 역사 - 바트 어만 / 민경식 역 ▪ Books

책을 자알 읽고 나서 끼적이기 전에 구글 검색을 해봤습니다. 허거덕; 꽤 많은 리뷰에서 저자 바트 어만을 '대표적인 반 기독교 지식인', 혹은 '기독교를 파괴하는 자유주의자'로 비난하고 있습니다. 저는 성경을 보는 시야가 넓어졌다는 만족감을 얻었는데 말이죠. 바트 어만을 반 기독교 지식인이라 비난하는 사람이든, 아니면 신앙인의 입장에서 좋은 책 읽었다고 하는 저와 같은 입장이 됐든, 어쩌면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언급한 "독자에 의한 내적인 변개"에 해당하는 현상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책은 신약성경 본문비평이라고 하는, 개인적으로는 조금은 생소한 학문에 관한 것입니다. 이 학문 자체에 대한 평가는 극단으로 나누어질 수 있다고 생각되는 것이, 기독교 신앙이라는 것이 전적으로 성경이라는 '책'에 기반하기 때문입니다. 성경이 엉터리라면 기독교 자체가 엉터리라는 말이 되기 때문에 '우리가 갖고있는 성경에 오류가 있다'는 것을 전제하는 본문비평은 성경 무오설/축자영감설과는 정면 충돌하게됩니다. 그러나 그 오류가 어떻게 발생한 것인지, 오류가 발생하기 이전의 성경의 내용은 어떠했는지,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추적하는 학문이 본문비평이라 한다면 신앙인으로서 배척할 것이 아니라 귀를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교회 내에서 일반적으로 고려되는 성경의 오류라 한다면 번역상의 문제 정도이고, 이것을 적극적으로 극복하기 위해서는 영어 성경을 대조하는 정도의 수고를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책에서 말하는 성경의 오류는 번역상의 오류 정도가 아닙니다. 인쇄술이 없어 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오로지 1:1 필사에 의존했던 1500년 동안의 신약성경에 포함된 오류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베끼는 과정에서 실수로 철자를 틀린다거나 다른 단어로 베끼는 경우도 있고, 단어, 문장, 문단을 빠트리는 경우도 있으며, 필사자가 의도를 갖고 내용을 수정하는 경우도 빈번했다는 사실을 여러 예를 제시하며 설명합니다. 많은 사본이 존재하지만 원본이 남은 경우는 없으며, 그 많은 사본들의 내용이 각각이라는 사실만으로도 본문비평의 고민이 필요한 것은 당연합니다.

학문적 수준의 접근이 아니라 하더라도, 이 책에서 제시하는 수많은 오류들에 대해 어떤 개인적 결론을 내리느냐가 문제일텐데, 오류를 무시하는 것은 천동설을 주장하는 수준의 가장 무식한 방법일 듯 하고 신앙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은 오류를 보정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보통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본문비평 연구의 결과가 반영된 새로운 번역의 성경을 택해서 보고, 다른 번역의 성경을 대조하며 보조자료로 참조하는 것도 비전공자로서 택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되겠지요.

저자의 다른 저작들의 내용은 잘 모르겠습니다만, 이 책만 놓고 볼 때는 우리가 갖고있는 성경의 역사에 대한 정교한 지식과 성경을 볼 때 고려해야 할 부분에 확실히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덧글

  • 荊軻 2011/04/16 00:17 # 삭제 답글

    이 책을 서점에서 들었다 놨다 하다가 말았는데 말이죠.
  • bonjo 2011/04/16 12:00 #

    우리가 보는 성경책에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 열려있다면 아주 파격적이거나 새로운 내용은 없고, 개인적으로는 성경의 역사에 대해 정확히 몰랐던 부분을 정리했다는 것과 의도적 변개에 대한 부분이 흥미있었어. 성경무오/축자영감에 갖혀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꼭 찾아 읽어봐야 할 정도는 아니라고 봄.
  • CelloFan 2011/04/20 11:44 # 답글

    저처럼 성경에는 무수한 문법적/논리적 오류가 존재하고, 어떤 부분은 글쓴이의 개인적인 생각이나 의도가 노골적으로 담겨져 있다고까지 생각하는 삐딱이는 이래저래 마이너리티가 되가는 것 같습니다. 하나님이 저자인 책이 아니라 사람이 저자인 책인데 그게 완전한 책이라는 것 자체가 하나님의 창조섭리와 어긋난다고 보거든요. ^^

    바트 어만의 다른 책들도 아직 다 읽어보진 못했지만, 책장에 재워놓은 책들을 야금야금 읽어보고 있습니다.
  • bonjo 2011/04/20 12:44 #

    '하나님이 주신 말씀'과 '인간의 손에 들린 책' 사이에서 추락하지 않도록 줄타기를 잘 해야할 듯... ^^;;;
  • CelloFan 2011/04/21 09:37 #

    인생은 늘 의심과 고민과 번민과 방황의 줄타기 아니겠슴까? ^^ 성경 텍스트를 컨텍스트로 읽어내기 위해 고민하고 기도하고 귀를 열고 마음을 열어야 겠죠.
  • gershom 2011/04/25 23:09 # 답글

    어떤 내용일까 궁금해지네요.. 제가 귀가 얇아서 말이죠..
  • bonjo 2011/04/26 10:20 #

    내용은 단순합니다. "우리가 읽는 성경은 오류 투성이이다."
    문제는 그 내용으로부터 어떤 개인적 결론을 내느냐일텐데요.
    엉터리니까 믿을 필요 없다고 성경을 던져버릴 수도 있겠고
    성경을 통해 하나님께서 말씀하시려는 원래 뜻이 뭔지 더 고민할 수도 있겠고 말이죠.
  • 민들레 2011/06/26 14:20 # 삭제 답글

    원제는 뭔가요? " forged " 인가요? 제가 읽고 있는 책내용과 같은데..번역이 빨리 나왔네요.
  • bonjo 2011/06/26 22:13 #

    읽으시는 책과는 다른 책인 듯 합니다.
    원제는 [Misquoting Jesus]이고요, 번역판 초판은 2006년으로 되어있네요. ^^
  • 바로 보자 2014/08/26 21:25 # 삭제 답글

    바트 어만...크게 실망감을 주는 유명하지만 진실하지 않은 학자...그로 인해 왜곡된 관점을 갖게 될 영혼들이 안타깝다. 비판적인 안목으로 이 책을 읽으면 그의 허울 뒤에 감췬 한 영지주의자의 몸부림을 꿰뚫을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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