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2:약속된장소에서 - 무라카미 하루키 / 이영미 역 ▪ Books

오움진리교에 의한 사린 테러사건의 피해자들의 인터뷰집 [언더그라운드]의 후속작입니다. 전작이 피해자들의 인터뷰라면 이번엔 가해자 측인 오움진리교의 사람들을 인터뷰한 내용입니다. 가해자가 아니라 가해자 '측'이라고 한 이유는 인터뷰 대상이 테러 사건의 실제적인 실행자들이 아닌 단순 오움진리교 신자 혹은 신자였던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언더그라운드]를 통해서는 피해를 당한 한사람 한사람의 삶을 들여다 보며 평범한 인생이 전해주는 감동이 있었는데, 이번 책의 분위기는 사뭇 다릅니다. 물론 테러 사건 자체에 대한 이야기들 보다 인터뷰 대상의 인생에 관한 이야기가 주된 관심사라는 면에서는 동일하지만 인터뷰 대상의 숫자가 8명 뿐이라 양적인 면에서 반복된 일상들의 나열이라는 묵직한 무게감을 느낄 정도가 아니고 오움진리교에 입신한 이후의 이야기는 이미 일상을 벗어나 사린 테러라는 범죄에 멀건 가깝건 끈이 연결되어있다는 느낌 때문에 순수하게 그들의 교단에서의 삶을 바라보기 어렵기도 합니다. 반면에 사건 자체와 직접적인 관계는 없어 일상을 강한 대비 효과로 부각시키지 못하는 것도 흥미가 떨어지는 이유가 되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오움진리교 신자들과 하루키와의 대화를 통해 비종교인의 종교에 대한 일반적인 생각을 볼 수 있다는 면이 흥미로왔고, 특정 종교단체에 몸을 담는다는 사실과 그 태도가 다른 사람의 눈에는 어떤 식으로 비춰질까 생각해볼 수 있는 독서였습니다.

책의 끝부분에는 심리치료 전문가 가와이 하야오와의 두 차례에 걸친 대담이 실려있는데, 왜 오움진리교와 같은 컬트적인 종교가 생겨나고 사람들을 모을 수 있었을까 하는 문제와, 하루키가 피해자와 오움진리교 양측의 인터뷰를 진행하며 갖게된 시스템적인 '악'에 대한 나름의 정리를 들어볼 수 있습니다.
사린 테러라는 사건을 기준으로 피해자와 가해자로 나누어 두 권에 걸쳐 관찰하고 있지만 결국 하루키가 보고자 했던 것은 일본 사회라는 큰 덩어리이고, 일상과 컬트종교(혹은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의 벽은 생각보다 얇은 것은 아닐까 하는 약간은 소름끼치는 결론으로 책을 마치고 있습니다.

최근 발표된 하루키의 신작 [1Q84]의 모티브가 바로 이 사린 테러사건이었다고 하는데, 아마도 이 두 권의 [언더그라운드]와 [1Q84]를 서로 참조하면 서로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덧글

  • gershom 2011/04/11 22:33 # 답글

    아.. 이건 신자들의 인터뷰군요..

    최근 서경식선생의 책을 읽으면서 일본사회의 일단을 보며 놀라고 있는 중이라..
    안사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소름끼치는 결론이라는 말을 들으니 또 솔깃.. 궁금해지는군요..
  • bonjo 2011/04/11 23:10 #

    서경식 선생의 책이라니 못읽고 쌓아놓은 책들도 많음에도 불구하고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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