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H - 세노오 갓파 / 오근영 역 ▪ Books

이웃 블로거이자 늘 좋은 책을 소개해주는 동료 친우 荊軻 군의 추천으로 읽게 된 책입니다. 荊軻 군은 또 다른 분에게 추천을 받았다고 하니 추천은 추천을 낳고 독서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저는 잘 모르겠지만) 삽화가이자 여행 관련 에세이 저술가로 일본 내에서 꽤나 유명하다는 세오노 갓파의 자전적 소설입니다. 1930년에 태어나 유년~소년 시절에 2차 세계대전을 관통해버렸다는 사실에서부터 이야기거리는 기본적으로 확보됩니다. 쉽게 생각하면 어르신의 전쟁통 고생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 '고생'이라는 짧은 단어에 담아낼 수 없는 삶의 곡절과 무게가 책에 담겨있습니다.
첫부분은 태평양 전쟁 발발 이전의 비교적 평화로운 분위기의 마을 사람들 이야기로 시작되어 애니메이션 [검정 고무신]과 흡사한 분위기로 흘러갑니다만, 전쟁이 본격화되고 소년 H의 머리가 굵어지며 시야가 넓어지고, 전쟁이 던져주는 참상과 빈곤 그리고 죽음이 주인공의 코앞에서 오락가락 하는 과정을 통해 이런 저런 가치관의 주변 사람들과 관계가 얽히며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줍니다.

독서중에 두 개의 전체주의를 보았습니다. 국민들을 기만하고 억압하며 전쟁으로 몰고가는 그당시의 전체주의와, 그 당시의 일본을 한덩어리로 바라보는 내 안의 전체주의. 이것은 가해자와 피해자로 나누기 이전에 한 사람 한 사람의 개별적 인격과 양심과 판단을 무시한다는 면에서 한덩어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일본인으로서 작가의 자아비판이 되기도 하고, 관찰자에게는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주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이야기 책으로서의 재미, 태평양 전쟁 당시의 일본인들의 생활상을 기록한 역사서적 의미, 그리고 그 생활 속에 담겨있는 일본인들 개개인의 생각들을 느끼고 생각해볼 수 있는, 훌륭한 소설입니다.





덧글

  • 荊軻 2011/04/04 22:45 # 삭제 답글

    이번 지진이 난 뒤에 반응들을 보면서....이건 학습된 것이라기 보다는 일본인들의 DNA에 내재되어 있는 특성이 있다. 역사적으로 단련되어진 결과물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을 읽은 뒤라 그런지.
  • bonjo 2011/04/05 00:14 #

    그러게. 나도 이거 읽으면서 쓰나미 이후의 일본의 모습이 계속 오버랩 되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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