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좌우는 있어도 위아래는 없다]를 읽고 '박노자의 책을 하나 더 보자'라 고 생각했습니다만, 일년이 훨씬 넘은 시점에서야 손에 잡게 되었네요. 그것도 박노자의 '본업' 서적으로 말이죠.
이 책에서 박노자는 '우리는 만주의 주인이었는가?', '신라는 민족의 배신자였는가?', '일본은 언제나 우리의 적이었는가?', '고대국가, 억압과 저항의 이중주' 라는 화두로 독자들의 기존 지식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각각의 질문을 통해 고대사에서의 국가와 국경의 개념, 민족의 개념, 일본에 대한 선입견을 허물어가고 있습니다. 위대한 지배자로서의 역사라든지, 우리 민족이라는 개념을 벗어버리고 주변과의 관계, 역사의 흐름을 올바로 읽는 것이 이 새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올바른 역사 인식 방법이 아니겠느냐 하는 주장인 것이죠. 만주벌판을 달리던 위대한 고구려의 기상, 노략질을 일삼는 찌질한 이미지의 왜구 등 기존의 개념을 깨뜨려야 하는 아픔이 있는 독서일런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과거의 사실을 올바로 인식해야 한다면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책이 주는 유익은 단편적 역사 지식을 전달받는 것을 넘어 비슷한 패턴의 인식 오류를 보여줌으로서 역사를 바라보는 올바른 시각을 갖게 해주는데 있다고 생각됩니다. 지금의 틀로 그 시대를 바라보면 안된다는 것이죠. 국가와 국경, 민족의 개념이 생긴 것이 얼마 되지 않는데, 그것으로 고대사를 규정하면서 여러가지 왜곡이 생겨나버린다는 것입니다.
신동우 화백의 한국사 만화와 윤승운 화백의 맹꽁이 서당에서 본 내용들을 제외하고는 역사적인 지식이 매우 얇팍한 편인데, 한반도 역사를 놓고 볼 때 흐름을 놓치기 쉽고 중고등 교과서에서 특히나 불분명한 부분들, 삼국시대 이전과 삼국 통일~고려 까지의 역사 부분이 자세히 설명되어있어 지적 충만감이 큰 독서였습니다. 특히 왜 그 부분들이 역사 교과서에 모호하게 나와있고 중요시되지 않았는지 이 책을 보니 잘 알겠네요.
한가지 아쉬운 것은, 내용중에 간간히 이명박 정부의 실정을 언급하는 부분이 나오는데, 두고두고 읽힐 좋은 내용의 책에 이제 얼마 지나지 않아 바뀔 정권에 대해 언급할 필요가 있을까 싶은 것이었습니다. 정권이 바뀌고 판본이 바뀌면 그 부분은 수정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이물감이 큽니다.
덧글
CelloFan 2011/01/14 23:22 # 답글
bonjo 2011/01/15 10:51 #
sunjoy 2011/01/14 23:44 # 삭제 답글
참. 이처럼 상식이 무참히 깨져나가는 지적 당혹감을 즐기신다면 박유하 선생이 쓴 "화해를 위해서"라는 책을 강력히 권해드립니다. 특히 일본생활 경험이 있으신 bonjo님은 더욱 즐겁게 읽으실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bonjo 2011/01/15 10:54 #
추천해 주신 책 꼭 읽어봐야겠네요.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