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사들 - 레브 그로스먼 / 박산호 역 ▪ Books

주말이 꼈다고 하지만 열흘이 넘게 걸렸으니 소설 치고는 무척이나 오래 걸려 읽었습니다. 뭐 가볍게 읽을만한 판타지나 SF 없을까 뒤적이다가 "죽여준다"는 소개글을 보고(어디서 봤는지도 기억 안납니다;) 읽었습니다. '가볍게 읽을만한' 취지에는 벗어나버렸습니다만 재미있었다는 점이 느린 속도마저 즐기게 해주었습니다.

책 소개에 [해리포터]와 [나니아 연대기]가 언급되어 그냥 마법이 난무하는 동화스러운 이야기인가 했습니다만, 분위기를파악하는 순간 해리포터와 나니아를 직접 언급하는 것 만큼 이 책을 잘 표현할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주 노골적인 카피&차용입니다. -솔직히 [해리포터]든 [나니아 연대기]이든 책으로는 읽지 못했고 영화만 각각 두 편씩 본 입장이라 그 영화들과 이 책을 비교하게 됩니다만 그 영화들이 책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고 알고 있기 때문에 별 문제는 안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책의 절반가량은 [해리포터]와 같이 주인공의 학교생활을 배경으로 이루어집니다. 이런 저런 에피소드들도 모두 학교 내에서 벌어집니다. 다른점이 있다면 주인공이 대학생이고 마법학교도 마법 전문 대학교라는 점이죠. 호그와트와 같이 매력적인 학교 풍경과 주인공의 동료들, 교수들을 살펴보는 재미도 해리포터가 주는 재미와 비슷합니다. 해리포터와 그 친구들이 호그와트를 졸업하고 상급학교에 진학하고 대학에 간다면, 또 대학을 졸업해 사회에 나간다면 저런 삶을 살겠구나 싶을 정도로 설정과 묘사가 자연스럽습니다.

나니아 연대기에 대해서는 좀더 노골적인데 주인공들이 어렸을 때부터 책이 닳도록 읽고 동경하는 다른 차원의 세계로 묘사됩니다. 아름을 바꾸어 '필로리'라는 세계로 묘사됩니다만 나니아 연대기의 세계관을 아는 사람이라면 필로리=나니아라는 사실을 쉽게 눈치챌 수 있습니다. 몇몇 설정들이 바뀌어있습니다만 거의 일대일 교체라 고스란히 나니아에 대한 오마주로 보아도 됩니다. 
이 필로리라는 세계는 동경의 대상이 될 뿐 아니라 책의 후반부의 무대가 되기도 합니다. 주인공들이 초대를 받아 필로리에 방문하고 싸우며 승리하는 구조가 나니아 연대기의 복사판이죠.

필로리에 관한 이야기가 등장하기 전까지의 학교에서의 생활 부분은 기승전결의 구조 없이 학교에서의 일상을 묘사하는 수준으로 흘러갑니다. 이런저런 사건들도 있지만 후반부에 나올 이야기들의 복선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큰 기복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법 & 마법학교라는 비일상적인 설정 자체가 주는 재미로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이네요. 졸업 후 정상 세상에서 살아가는 마법사들의 이야기는 지리합니다. 필로리로 들어간 후의 이야기에서 비로소 기승전결의 이야기로 텍스트에 속도가 붙습니다. 호그와트와 나니아를 복사한 구조이지만 주인공들의 연령이 높아지면서 이야기는 동화의 틀을 벗어납니다. 주인공들의 성애 장면이라든지 동료의 죽음, 우울한 정서 등 좀 더 높은 연령대를 대상으로 한 책입니다. 

작가가 2편을 집필중이라고 하는데, 어떤 곳을 무대로 하게될지 궁금합니다. 이 작품 속에서 모든 마법세상으로 갈 수 있는 통로를 배경으로 깔아놓은 상태거든요. 나니아를 또 방문하면 시시할 것 같고, 반지의 제왕의 무대인 중간땅에 대한 언급도 살짝 비추고 있고 말이죠. 어쩌면 그냥 지구를 배경으로한 모험이 될 수도 있겠고요. 아무튼 기대됩니다. ^^






덧글

  • CelloFan 2010/12/19 00:02 # 답글

    해리포터와 나니아의 짬뽕이야기인검까? ^^ 저는 포스팅했듯이, 음악 관련서적들을 좀 샀는데 하나같이 페이지수가 ㄷㄷㄷ 입니다. 한권 읽는데 한참 걸릴듯.
  • bonjo 2010/12/19 23:06 #

    짬뽕인데, 효과적으로 잘 섞어놓아서 자체적인 오리지널리티도 충분하고, 흠잡을 곳 없이 재미있더라고.

    두꺼운 책들은 정말...-.-;;;
  • 고추 커지는법 kr 2022/09/07 18:43 # 삭제 답글

    글 잘쓰시네요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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