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옹호하다 - 테리 이글턴 / 강주헌 역 ▪ Books


[마르크스주의자의 무신론 비판]이라는 부제를 가진 이 책*은, 최근 각광받고 있는 리처드 도킨스와 크리스토퍼 히친스로 대표되는 자유주의적 합리주의의 무신론에 대한 반박을 주요 내용으로 되어있습니다. 처음부터 책으로 씌여진 것은 아니고 2008년네 예일대학에서 한 정례 특강**을 정리해 책으로 출판한 것이라고 합니다.

도킨스와 히친스의 무신론이 새로운 것이 아니고 19세기 버트란트 럿셀 류의 '자유주의 정신의 기독교에 대한 공격' 수준의 것으로 알고있는데, ***도킨스와 히친스의 무신론에 대해 테리 이글턴은 진지한 논리적 반박을 하기 보다는 "말도 안되는 소리인 것 너도 알지?" 수준의 비아냥으로 처리하는 분위기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의 전반적 내용은 무척이나 진지한데, 그 이유는 도킨스와 히친스의 논리를 비아냥거리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들의 무신론이 나오게 된 역사, 철학, 종교, 정치, 경제적인 배경들을 분석하며 조목조목 문제점들을 짚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한편으로는 종교와 믿음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에 대해 논리적으로 접근하며 왜곡된 종교인들 혹은 무신론자들의 관점이 어떻게 잘못된 것인지, 어떻게 무의미한 것인지, 무의미를 넘어 세상에 해악을 끼치는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테리 이글턴은 문화&문학 비평가로 유명하다고 하는데, 이양반 아주 유머감각이 넘치는 독설가네요. 구절구절 얼마나 독설을 내뱉는지 지루할 수도 있는 내용의 책을 아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사상적으로는 마르크스주의자이며 종교적으로는 (아마도****)진지한 기독교인인 듯한데, 세상이나 종교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동일한 사상적 배경(마르크스주의)을 가진 자크 엘룰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자크 엘룰의 [뒤틀려진 기독교]나 테리 이글턴의 이 책이나 결국 종교(특히 기독교)의 핵심을 정확하게 붙들어 지엽적이고 왜곡된 요소들을 과감히 떨어내려는 시도가 값지다 생각합니다. 책의 분량은 강의에 인용된 인명록과 후주를 제외하면 200P를 조금 넘는 분량입니다만 문장 구조가 복잡하고 내용자체가 빡빡해 읽는데 속도가 붙지 않는 스타일입니다. 그럼에도 지루하지 않고 아주 재미있습니다.

여기저기서 인용되는 도킨스 류의 무신론을 제대로 반박하면 어떤 모양새일까 궁금해서 집어든 책이었는데 의외의 방향으로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뇌와 감성이 동시에 즐거웠던 독서였습니다. 비종교인이라면 리처드 도킨스 류의 무신론 서적과 비교하여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고, 종교인(특히 기독교인)이라면 자신이 믿는 종교의 본질이 무엇인지 되돌아본다는 의미에서 값진 독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무신론에 대한 반박 논리를 얻는 것은 덤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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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원제는 [Reason, Faith, and Revolution : Reflections On The God Debate]입니다.
** 특강의 제목은 "믿음과 근본주의:구원을 받으려면 리처드 도킨스를 믿어야 하나?"였다고 합니다.
*** 도킨스의 책을 뒤늦게 읽어보니 그의 무신론은 좀더 근원적인 부분에서 시작되고있군요.
**** 책 내용중에는 저자가 기독교인이라는 이야기는 직접적으로 언급되지 않습니다. 어린 시절 카톨릭 가정에서 자란 이야기가 언급되어있을 뿐이고 나머지 내용에서는 철저하게 제 3자의 입장에서 도킨스&히친스의 이론과 종교를 다룹니다. 오히려 서문에서는 자신을 기독교의 앞잡이로 오해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당부까지 적혀있습니다. 마르크스주의자로서 예수의 혁명적 사상을 빌어 쓰는 정도는 아닐까 하는 의구심도 생겼습니다만, 저자가 기독교의 본질과 신앙을 다루는 표현을 볼 때 신앙인이기 때문에 갖게되는 태도와 진지한 표현들이 눈에 띕니다. 혹 테리 이글턴이 기독교인이 아니라 할지라도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종교에 대한 관점은 유효하다 생각합니다.


PS. 글을 마무리하면서 검색을 해보니 지난달에 국내에 들어와서 강연회를 했군요. 아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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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CelloFan 2010/10/20 16:07 # 답글

    테리 이글턴은 뭐 두말할 것이 현대 문화/사회비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중 한명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글턴 교수님 책은 제가 대학다닐때부터 꼭 읽어봐야될 목록에 늘 올라가 있었죠. 철저한 좌파라서 서구 기독교사회 혹은 그것을 바탕으로 한 제권에 대해 실랄하게 공격하는 걸로도 유명하고요.

    이글턴이 바라보는 무신론이라... 흥미롭네요. 도킨스에 대한 열광이 또하나의 종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늘 주위사람들에게 강조하고 있는데, 그러면서도 도킨스 책은 빼놓지 않고 다 본것 같네요. 아직까진 도킨스의 진화생물학에 입각하여 과학적 이론으로 도킨스의 무신론과 논쟁하는 책은 없는 것 같더라구요. 아무튼 바로 구입해서 봐야 겠네용.
  • bonjo 2010/10/20 17:16 #

    난 테리 이글턴 이름을 이 책에서 처음 들어봤어. ㅋㅋㅋ

    이 책도 과학적 이론으로 논쟁하는건 아니고(이글턴의 전공이 그쪽이 아니니까 당연;;) "어이 이봐 경기장 잘못 찾았어" 하면서 "종교" 경기장으로 끌어들여 바보 만드는 식이지.
    도킨스와 과학을 가지고 싸운다면 창조과학회 사람들이나 가능할까. 창조과학회가 처음 국내 소개됐을 때 꽤 관심을 가졌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참 바보스러운 접근법이라고 생각해. 창조과학회 사람들도 이글턴한테 한소리 들어야 한다고 봄.
  • CelloFan 2010/10/20 17:34 #

    창조과학회... 너무 웃기는 사람들입니다. 몇번 강의도 들어봤고, 관련되신 분과 강의후에 이야기도 나눠봤지만 이건 솔직히 코미디단체가 아닐까 싶을 정도입니다. 철학적 사유없이 걍 성경구절을 과학의 틀에서 끼워 넣어보려고만 하는데, 그마나 과학적 기초까지 무시하는 듯 하더군요. 도리어 종교적 맹신보다 더 위험한 양반들이 아닌가 싶을 정도라니깐요 -_-)
  • gershom 2010/10/20 23:27 # 답글

    일단,표지부터 무지 마음에 듭니다. 멋지군요.

    어딘가 읽은 구절 중.. (아마 필립 얀시인것으로 기억하는데요) 체스터턴을 예로 들며
    현대 기독교에 부족한것이 유머라고 하던게 문득 기억이 납니다..

    필 구입해야 겠네요..
  • bonjo 2010/10/21 09:27 #

    표지 참 과감하다 싶었는데, 원서 표지 디자인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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